경기도의회, 사립 공공도서관 운영지원금 전액 삭감… 느티나무도서관 ‘존폐 위기’
경기도의회, 사립 공공도서관 운영지원금 전액 삭감… 느티나무도서관 ‘존폐 위기’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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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도서관 전경 [사진=느티나무도서관]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느티나무도서관은 전국 지자체와 도서관 계에서 사립 공공도서관의 모범으로 평가받는 도서관이다. 사립 공공도서관은 특정 단체나 개인이 공중의 정보 이용‧독서활동‧문화활동 등 비영리 목적을 위해 운영하는 도서관을 뜻한다. 지난 2000년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이 도서관은 도서 대출 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들을 위한 낭독회, 마을 포럼, 환경 자원활동 등의 활동도 하고 있어 용인 지역 주민들에게 공동체 문화의 중심지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런 느티나무도서관이 최근 운영 위기에 놓였다. 경기도의회가 올해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느티나무도서관에 지급하던 사립 공공도서관 운영지원금(이하 운영지원금)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먼저, 느티나무도서관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총 8억 5천 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운영되어 왔다. 예산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는 지원금, 공모사업에 당선돼 받은 사업비 등으로 구성된다. 경기도의회가 삭감한 운영지원금은 여러 지원금 중 일부로, 경기도와 용인시가 ‘도비 매칭사업(도와 시가 일정 비율로 지자체에 필요한 사업 비용을 분담하는 정책)’을 통해 5,000만원을 지원해왔다. 경기도와 용인시가 각자 부담하는 비율은 3:7로 경기도가 1,500만원, 용인시가 3,500만원을 부담했다. 지원금은 도서관의 기초 업무와 각종 행사, 프로젝트, 공모사업을 담당하는 사서의 인건비에 보태어 사용했다.

문제는, 여러 후원금과 지원금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운영비는 매번 넉넉하지 못했다. 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장은 <독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430여명의 후원회원들이 달마다 약정한 금액을 기부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며 “특히 인건비는 고액후원에 기대는 실정이었는데, 월 1~300만원씩 20년 넘게 기부해온 이들이 나이가 들고, 사업의 부침도 겪으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이 심화되어 ‘아름다운 마무리’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느티나무도서관은 지원을 확대할 방안을 찾고자 경기도‧용인시와 간담회를 열어 논의 끝에 올해부터 운영지원금을 1억 5,000만원의 금액으로 지원받기로 했다. 도비 매칭 비율을 1:9로 변경해, 경기도가 1,500만원 용인시가 나머지 1억 3,50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이었다. 경기도 도서관기반조성팀 관계자는 “경기도는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용인시는 재정 상태가 좋았고 예산 확보 의지가 있어 1:9의 비율로 예산안을 올리기로 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희망은 절망으로 돌아왔다. 예산안에 대한 결과는 동결도 반려도 아닌 ‘전액 삭감’. 박 관장은 “증액이 어느 수준으로 이루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었고, 어쩌면 증액안이 받아들여지지 못할 수 있다는 각오는 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전액 삭감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기도가) 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며 혁신을 시도하는 사립 공공도서관을 인정하고 협력한다고 여겼던 신뢰와 기대가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가 예산안을 전액 삭감한 탓에 용인시가 부담하기로 한 운영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도비 매칭사업은 도가 예산을 집행하지 않으면 시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도의회의 결정이 느티나무도서관에 위기를 불러온 배경이기도 하다.

김선희 도의원(국민의힘‧용인)은 <독서신문>과의 통화에서 “3:7이 아닌 용인시가 지원비를 많이 부담하는 1:9 비율, 그리고 1억이나 증액하기로 한 예산안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의원들도 마찬가지로 뜻을 모아서 삭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도와 용인시가 각각 예산을 투입해 지원하기로 합의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김 의원의 발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김 의원은 “느티나무도서관이 (운영지원금이 아닌) 다른 지원금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 지원금은 기간제근로자 3인의 인건비인 ‘개관시간연장지원비’와 ‘도서구입비’ 등을 지원하는 중앙정부의 도서관서비스 확대 사업으로 매년 받아 온 예산이다. 용인시는 “올해 느티나무도서관이 지난해보다 468만원 늘어난 1억 64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고 했지만, 박 관장은 이 468만원이 “최저임금 상승률을 반영한 금액”이라고 말한다. 이전부터 받아왔던 지원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지난해까지 받아왔던 사립 공공도서관 운영지원금 5,000만원이 사라져 다시 운영 위기에 놓였다. 운영지원금 확대를 통해 인건비를 정상화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사서들의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간 책 인세와 강사비 등 자신의 개인 수입을 도서관 운영비로 충당해 왔던 박 관장은 “더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번 예산안 삭감에 반대하는 시민들 8,189명(7일 18시 기준)의 서명을 갖고 이상일 시장과 김재균 도의원(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 김선희 도의원에게 지속적으로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비율 조정이 아니라 전액 삭감이 결정된 사유”라도 알고 싶기 때문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이 서명운동 요청문에서 “시민 공공성의 보루인 느티나무도서관이 계속 문을 열고 시민들과 함께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사립공공도서관 운영지원금을 다시 확보해 달라”고 말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열린 북토크 행사 모습 [사진=느티나무도서관]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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