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어린이를 공공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법
[책 속 명문장] 어린이를 공공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법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2.07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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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아이들은 시멘트 블록 벽, 플라스틱 의자, 그리고 바닥 전체에 업소용 카펫이 깔린 공간에 익숙하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은 대부분 아이들의 존재를 기쁘게 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견디기 위해 디자인된다. 삭막한 브루털리즘 양식의 네모난 학습 공간은 숨이 막히며 청소년들에게 자유롭다는 느낌보다 갇혀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감성을 키워 주고 싶다면 불필요할 정도로, 심지어 과하게 아름다운 것으로 주변을 채워야 한다. 영감과 자극을 주는 학습 환경은 아이들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고 그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정말 그렇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데 쏟은 애정과 존중을 감지하고, 그로써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여 있는 아이들은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10~15쪽>

‘이렇게까지’(Unnecessarily)라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디테일의 디테일까지 정성을 들이지만 어린이에게 무료로 내주는 공간은 ‘이만하면 되었지’라고 여긴다면, 어른으로서 미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까지’ 아름답게, ‘이렇게까지’ 좋은 것으로 채워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힘을 싣고 싶습니다. <21쪽>

페르시아 카펫, 샹들리에, 티크 원목 테이블, 웅장한 입구, 문 닫은 인형 극장, 비밀의 문과 벨벳 커튼. 이 모든 세세한 장식은 과도하고 불필요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언가 다른 공간(삭막하지 않고 관습적이지 않은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얻는다. 작업 공간은 아이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야 하며, 학교나 집과는 다르면서도 친숙함과 안정감을 주어야 한다. <26쪽>

자신들의 작품이 다른 성인 작가들의 책과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모습을 볼 때, 아이들은 마음속 깊이 자부심과 소속감을 느낀다. 자신들의 작품이 세심한 관심을 받고 영속성을 가질 만큼 가치 있게 여겨지는 것을 경험한 아이들은 인정받았다고 느낀다. 어린 영혼의 빛나는 한 조각이 영구히 남게 된 것이다. <30쪽>

이곳에 있는 모든 물건은 소중합니다. 보통 아이들은 물건을 조심해서 다루라는 소리를 항상 듣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손길에 의해 닳거나 훼손되지 않는, 아주 튼튼하고 쉽게 망가지지 않는 물건만 있는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죠. 하지만 우리는 창의적인 공간으로 아이들을 초대하면서, 그들이 물건을 소중히 다룰 거라고 믿습니다. 신뢰감을 느낀 아이들은 스스로 이 공간을 잘 돌보고 싶어 합니다. <159쪽>

[정리=김혜경 기자]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아이들을 위한 세계의 공간』
국제 청소년 글쓰기 센터 연맹 지음 | 김마림 옮김 | 도서문화재단 씨앗 감수 | 미메시스 펴냄 | 480쪽 |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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