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안 하는 아이, 학원 보낸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공부 안 하는 아이, 학원 보낸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2.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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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 바로 사교육이다. 내 아이를 최고의 인재로 길러내기 위해 사교육에 투자하는 부모는 몇 없다. 오히려 불안감이 부모들을 학원 상담실에 데려다 놓는 경우가 많다. 학원에 안 보내면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을까봐, 혹은 남들 다 가는 학원을 우리 애만 안 가면 뒤쳐질 것 같아서다.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라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서도 부모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학원에 투자한 비용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부모는 전략을 변경해 아이를 더 ‘빡센’ 학원에 보내거나 유명한 강사가 있는 학원으로 보내 공부를 하게 만든다. 당연히 사교육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학원비는 부담스럽지만, 부모는 빚을 내서라도 자녀 공부를 위해 더 좋은 학원에 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공부 의지가 없다면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EBSi와 강남구청인터넷수능방송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했던 정승익씨는 책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가 가르쳐도 공부할 의지가 없는 학생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이어 “집에서 혼자서는 공부를 안 한다고 해서 학원으로 내몰린 아이들은 학원에서 겉돌기만 할 것”이라며 “이런 학생들은 공교육, 사교육 그 어떤 수단으로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즉, 공부에 의지가 없는 아이를 좋은 학원이나 더 많은 학원에 보낸다고 해서 성적 상승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사교육이 효과가 없다면,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공부에 열의나 재능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강제로 학원에 보내 공부시키는 게 더 속이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수능을 치르는 학생이 아니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저자는 “스스로 공부를 안 하는 자녀가 학원에 가면 앞서 이야기한 ‘하위권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며 “아이가 의욕을 가지고 계속해서 공부에 도전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도와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하위권의 딜레마는 공부를 시키고자 아이를 학원에 보냈지만, 오히려 공부와 더 멀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실패 용인하기’는 가정에서 아이의 학습을 도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아이가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가져오면 많은 부모들이 잔소리로 반응한다. 그도 안 먹히면 불같이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잔소리를 하고 화를 낸다고 해서 나쁜 성적이 좋아질리는 없다. 안 그래도 재미없던 공부가 더 재미없어질 뿐이다.

저자는 아이의 실패 경험이 자기주도학습에 필요한 메타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패야말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정에서는 실패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 아는 것이었는지’를 돌이켜보는 기회라고 알려주어야 한다. 예컨대,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네가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그래”라고 다그치기보다,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 중에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무엇인지 함께 되짚어주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일하느라 지쳐 있는 부모가 아이의 공부까지 관여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래도 가정에서 자기주도성이 갖춰진 아이는 스스로 공부하게 되니,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가정에서 메타인지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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