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빼길 싫어하는 Z세대? 그들은 어떻게 다를까
이어폰 빼길 싫어하는 Z세대? 그들은 어떻게 다를까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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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가는 편입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MZ오피스’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MZ오피스는 MZ세대의 사회생활과 기성 세대와의 갈등을 재치있게 담아냈는데,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묘사되는 젊은 사원들의 톡톡 튀는 행동을 화제거리로 삼곤 한다.

영상 속에서 ‘업무 중 이어폰 사용’은 Z세대와 이전 세대가 갈등을 벌이는 계기가 된다. 선배는 이어폰을 끼고 일하는 Z세대 후배의 모습을 보고 “업무 중에는 이어폰을 빼는 게 좋지 않냐”고 지적하지만, 이내 “이어폰을 끼고 해야 일이 잘 된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온다.

실제 직장인들도 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선배 직장인들은 “이어폰을 끼면 업무적으로 소통하기도 힘들고, 보기에도 안 좋다”고 지적하지만, Z세대들은 “소통은 메신저로 하면 되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어도 일만 잘 하면 그만”이라는 반응이다. 이 외에도 유례없이 당돌한 Z세대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세대 차이를 실감한다. 제 아무리 비교적 젊은 밀레니얼 세대라도 Z세대 앞에서는 꼰대가 되고 만다. 나이 차가 크지 않은 MZ세대 사이에서도 Z세대는 유독 다른 느낌이라고 한다. 신인류라고 불리는 Z세대,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책 『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은 영국 대학에서 인류학‧언어학‧사회학‧역사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이 Z세대를 본격적으로 연구해 내놓은 책이다. 이들의 연구 대상이 영국의 Z세대라 이질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국의 Z세대를 이해하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책에 따르면 Z세대는 인터넷이 없는 시대를 경험해 본 적 없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어른들의 도움 없이 낯선 디지털 세상을 체험했으며, “빠르게 돌아가는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깨쳤다.” 어떤 것에 대한 정보를 얻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까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익힌 세대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온라인 공간은 오프라인 공간만큼이나 중요하며, 심지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여긴다.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고 읽는 것들이 오프라인에서 친구를 만나 대화하는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온라인 공간이 “그냥 나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 그것이 주는 익명성과 탈위계적인 성격 때문이다. 때론 악성 댓글과 혐오 발언으로 타인에게 쉽게 상처를 주는 공간이지만, 그곳의 사람들에게 인정과 반응을 얻으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저자들은 “소속감을 형성하는 온라인 대화는 확실히 탈위계적”이라며 “모두에게 권위가 분산된 구조에서 경험과 아이디어와 유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가치 있고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말한다. 또한 “누구나 참여해 동등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집단에 소속되어 정체성을 형성한 Z세대에게, 제도적 기관의 형식적인 소통방식은 마음이 가지 않고 억압적이며 너무 위계적으로 느껴진다”고 설명한다.

Z세대와 어떻게 함께 일해야 할지 고민인 선배 직장인이라면 5장을 읽어보면 좋다. “꼰대는 사절”이라는 그들은 약한 리더를 선호한다. “‘아, 저 사람도 그런 일을 겪고 있구나’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공감이다. 그렇다고 “니가 무슨 말 하는지 알아, 아는데…”로 시작하는 이해를 빙자한 충고는 절대 금물이다.

그들이 이어폰 빼길 싫어한다고 남과의 협업까지 거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신의 개성 역시 존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정말 그의 귀에 박혀 있는 이어폰을 빼고 싶거든, “내가 말했으니까 무조건 빼”라고 말하지 말고, 어떤 업무 문화가 우리 직장에 좋을지 ‘가볍게’ 이야기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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