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논란, 핵심은 두 가지
도서정가제 논란, 핵심은 두 가지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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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서 마스크를 쓰고 책을 고르고 있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서점에서 마스크를 쓰고 책을 고르고 있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책값의 할인을 규제하는 도서정가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에서 도서정가제의 위헌확인에 관한 공개변론이 진행됐고, 지난 9일부터는 대통령실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소통창구 ‘국민제안’에서 ‘도서정가제 적용 예외’에 관한 국민참여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도서정가제가 정말 지역서점을 위한 것인가’, 다른 하나는 ‘웹소설‧웹툰 등의 웹콘텐츠가 왜 도서정가제에 구속을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먼저, 전자의 경우부터 살펴보자. 도서정가제(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는 책값의 직접 할인을 제한하고, 출판사가 정한 가격에 맞게 도서를 판매하는 제도로, 책값의 직접적인 할인율을 10% 이내로 정하며, 마일리지 등의 간접 할인은 5% 넘게 제공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 법이 마련된 취지는 자본력이 강한 대형‧온라인 서점으로부터 지역 서점의 상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대형‧온라인 서점이 큰 폭의 할인율을 소비자들에게 내세우면 지역 서점의 책 판매율은 더욱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지역 서점을 병들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국민제안에 올린 게시글에서 “장기간 팔리지 않은 재고 도서에 대해서도 가격 할인 폭을 10% 이내로 제한해 악성 재고 도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폐지값만 받고 처리하고 있어 소규모 영세서점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며 의견 수렴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여기에 달린 댓글들은 대부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함축하고 있다. ‘악법’이라고 지칭하는 글도 적지 않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역 서점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도서정가제를 시행했는데,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모습이 있다”며 “도서정가제로 벌어지는 문제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지역 서점계의 입장이다. 이들도 도서정가제 폐지를 원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지역 서점이 현 도서정가제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폐지의 방향은 아니다. 도서 정가제가 사라질 경우 다시 대형‧온라인 서점과 가격 경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현 도서정가제라도 있었기에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하는 지역 서점도 있다.

오히려 지역 서점계는 할인과 무료 배송을 없애는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나아가 지역 서점 도서공급률까지 개선하자는 주장을 편다. 남창우 주식회사 동네서점 대표는 “판이 기울어져 있는 상태에서 완전 도서정가제로도 사람들의 선의에 기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지역도 출판사로부터 평등하게 도서를 납품받을 수 있도록 지역거점물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지역 서점이 최소한 대형‧온라인 서점과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웹소설은 왜 도서정가제의 구속을 받아야 하냐”… 도서정가제 민관협의체 밀실 합의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에서 도서정가제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기한 웹소설 작가인 청구인 A씨는 1인 출판사와 온라인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설립을 준비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이날 진행된 공개 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도서정가제 적용 범위에서 웹툰과 웹소설 등 웹출판은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한국웹소설협회가 도서정가제를 웹소설 업계의 발전 배경이라며 도서정가제의 웹소설 제외를 반대한 바 있지만, 청구인 측은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도서정가제에 웹콘텐츠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듯하다.

일단, 도서정가제에 관한 웹콘텐츠 관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건 지난 2019년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웹소설 전자출판문 정가표시 의무화 안내’라는 이름의 공문을 발표하면서다. 이 공문은 “출판유통심의위원회에서 3월 4일부터 카카오페이지, 네이버시리즈 포털사를 포함한 웹 소설 업체에서 판매되는 전자출판물(웹툰 포함)은 반드시 매편 서지정보(ISBN)와 함께 정가표기를 해야 하는 내용을 의결했다”며 “정가를 미표시할 경우 해당 유통사와 출판사에 건당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예외 규정을 두지 않은 공문에 웹콘텐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미리보기, 기다리면 무료, 회차별 부문 유료 서비스 등도 서지정보와 정가 표기를 해야 하냐”며 출협이 웹툰‧웹소설 시장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도서정가제를 개정하면서 연재 중인 디지털 콘텐츠는 완결 전까지 적용을 유예하도록 했지만, 그들에게는 사실상 규제에 대한 신호로 비춰졌다.

성인규 한국스토리창작협회장은 <독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역 서점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도서정가제는 웹소설 시장과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엉뚱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종이책은 출판사-유통사-서점-소비자로 이어지는 과정이라 도서정가제가 필요할지 몰라도, 웹소설 등의 콘텐츠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비슷한 입장을 지닌 웹소설 작가 B씨는 <독서신문>에 “웹툰과 웹소설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지만, 도서정가제로 인해 발목이 잡혀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도서정가제 논의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신들의 의견이 도서정가제에 관한 논의에 제대로 담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된 원인으로는 도서정가제 민관협의체의 구성을 지적했다.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16차례 민관협의체 회의에 참여한 한국웹소설산업협회와 웹소설협회의 대표성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성 협회장은 “4~5년 전부터 웹소설은 꾸준히 빼야한다고 주장해 왔음에도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도 잘 모르겠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떠드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올해는 도서정가제의 유지 타당성을 재검토하기로 한 해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도서정가제는 2017년과 2020년 개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지만, 제도의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목소리보다 의문의 목소리가 더 크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여러 논란에 대해 도서정가제 민관협의체가 답을 주어야 할 때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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