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력 부족만 문제가 아니다… “문해력 붕괴는 과학 치료의 영역”
어휘력 부족만 문제가 아니다… “문해력 붕괴는 과학 치료의 영역”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1.11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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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 끼쳐 드려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심심한 사과? 심심해서 사과한다는 건가”
“사흘은 4일 아닌가요?”
“넌 참 이지적(理智的)인 사람이구나…”… “넌 내가 만만해보이니?”

이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문해력 논란들이다. 주로 단어의 뜻을 오인하면서 불거지는 경우가 많아, 젊은 세대들의 어휘력 부족이 문제에 대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문해력은 어휘력을 기르면 최종적으로 해결되는 것일까. 책 『난독의 시대』의 저자 박세당과 박세호는 우리가 ‘난독’이라는 현상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가 ‘난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휘력 부족을 호소하기 전에 한 편의 글을 읽고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이러한 현상은 오랜 기간동안 심화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들은 “어휘 부족이 결과적으로 문해력 결핍으로 이어지지만, 난독 현상의 결과로 어휘 부족이 생긴 것이 먼저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부족한 어휘를 채워넣기 전에 난독이라는 벽을 먼저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난독의 시대는 스마트폰의 성장으로부터 시작됐다. 먼저, 저자들은 아이폰의 탄생을 비판적으로 본다. 그것의 탄생과 함께 “주변 콘텐츠 환경이 급격히 변화했기 때문이다.” 게임과 동영상, SNS를 위주로 한 콘텐츠가 유행했고, 이를 즐기는 이용자들은 긴 글을 더욱 멀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가거나 잠들기 전 사람들이 자주 찾곤 했던 신문과 책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저자들은 “아이폰이 쏘아올린 모바일 시대 개시 팡파르와 함께 난독의 시대도 본격적으로 가속화됐다”고 말한다.

유튜브는 유‧초등생 난독증의 원흉으로 지적된다. 2015년 출시된 유튜브 키즈는 육아를 하는 부모들에게는 필수적인 앱인데,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언제 어디서나 틀어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유아기 스마트폰 동영상의 무분별한 노출로 이어졌다. 천방지축으로 떼쓰며 우는 아이라도 부모의 스마트폰이면 간단히 해결된다. 하지만 문제는 유튜브 키즈의 콘텐츠가 아닌 동영상 의존도다. “동영상 의존도를 높여 글자를 멀리하게 함으로써 급격히 난독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폰과 함께 자라온 세대는 난독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성장기에 스마트폰을 접하지 않은 사람도 현재 대부분의 콘텐츠가 스마트폰으로 공급되는 상황에서 난독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증상이다.

저자들은 난독증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흔히 난독증을 치료할 때 시선추적기를 이용하곤 한다. 안구의 위치와 움직임을 측정하는 시선추적기는 독자의 읽는 습관이 어떠한지 파악할 수 있는 도구다. 글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글을 읽을 때 줄 전체나 단락을 무의식적으로 건너뛰는 경우가 많은데, 시선추적기를 이용하면 자신의 시선 이동 경로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저자들이 발명한 ‘워드플레이어’ 또한 시선추적기의 일종으로 난독 현상을 치료할 수 있는 과학적 도구로 제시되고 있다.

저자들은 “난독은 부끄러운 병도 아니고 감염되는 병도 아니며, 현대 문명의 부작용으로 생겨난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라며 “눈이 나빠졌을 때 안경을 쓰는 것처럼, 전혀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전 국민적으로 형성함으로써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난독증에 대한 치료 원칙과 매뉴얼을 정립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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