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풀지 말고 말하세요
수학, 풀지 말고 말하세요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3.01.1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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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매 수능에서 변별력을 좌우할 수 있는 과목으로 꼽힌다. 즉, 수학 성적이 좋으면 대학 입시에 유리해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학원가에서는 이같은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학부모의 마음을 흔들어놓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학생들 중에는 수학에 대한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그들은 수학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데다 막상 공부를 한다고 해도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렇게 끝내 수학과 친해지지 못한 학생들은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되고 만다.

수학은 원래 재미없는 과목일까. 여러 전문가들은 수학 공식과 문제 풀이법을 숙달하는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용훈 부산대 수학과 교수는 2017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수학 평가는 계산과 속도가 핵심이다. 이건 엄밀히 말해 수학이 아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쓴 수학자 폴 록하트는 다채롭고 환상적 상상의 모험인 수학을 교사들이 고작 메마른 암기와 문제풀이법 따위로 쪼그라뜨려 놓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학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주입식 교육 모델은 학습 효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양환주 올림피아드교육 대표와 정철희 ISC코리아 진학연구소장은 저서 『말하는 수학』에서 “아이들의 뇌 속에서 진짜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해야 한다”며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을 기존 수학 교육의 대안책으로 제시한다. ‘거꾸로 교실’이라는 뜻을 가진 플립 러닝은 기존의 학교 수업과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교육을 말한다. 기존의 수학 교육이 교사가 칠판 앞에서 설명해주고 아이들은 조용히 그 내용을 받아 적거나 듣는 형태였다면, 플립 러닝이 이뤄지는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주도한다.

예컨대, 초등학교 3학년에게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수학 시간을 상상해보자. 일반적인 경우에는 교사가 칠판 앞에 삼각형을 그려 놓고 밑변과 높이를 곱하고 그 수를 2로 나누라고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이 공식을 응용해 풀 수 있는 여러 유형의 문제를 숙제로 내주고 답을 맞추게 한 뒤 삼각형 넓이 공식과 문제풀이 과정을 외우게 한다.

반면, 플립 러닝이라면 공식을 먼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게 만든다. 예컨대 사각형을 먼저 보여준 다음 “그 넓이를 이용해서 구해볼까”하며 힌트를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잠깐 문제를 생각해 본 뒤 옆 친구와 대화를 나눈다. 일명, 토론식 수학 수업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탐구 과정을 거친 후 삼각형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을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그 개념과 원리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 쉽게 잊어버리지도 않는다”고 조언한다. 수학적 사고력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 의사 소통 능력 또한 향상된다”고도 한다.

책에 따르면 플립 러닝은 영미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국내 대학을 중심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2015년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편에서 학생참여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중심 의제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 학교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정착됐는지는 의문이다.

저자들은 “이제 ‘말하는 수학’으로 수학 공부의 틀을 바꿔야 할 때”라며 “침묵이 지배하는 교실은 이제 역사의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 아이들이 입을 열어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서부터 미래의 수학 교육은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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