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 윌라, 스토리텔… 오디오북 3사 써 보니
밀리의 서재, 윌라, 스토리텔… 오디오북 3사 써 보니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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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은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자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매슈 루버리, 『오디오북의 역사』 中

오디오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책을 ‘듣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 오디오북 플랫폼 3곳(밀리의 서재, 윌라, 스토리텔)을 직접 이용한 뒤 이들의 특성과 장단점을 비교해 봤다.

각 플랫폼의 성격은?

밀리의 서재는 약 12만권의 콘텐츠를 보유한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이다. 책을 오디오북, 오디오 드라마, 전자책, 챗북 등 다양한 형태로 즐길 수 있다. 베스트셀러나 신간 업데이트가 빠르다. 대신 AI가 낭독했거나, 완독 대신 요약 낭독한 오디오북이 상대적으로 많다. 월 구독권 9,900원. 최대 5개 기기로 접속할 수 있으나, 약관에 따르면 동시 접속은 불가능하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원래 독서량이 많은 사람,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

윌라는 ‘전 작품 전문 성우 완독’을 내세우며 품질 차별화를 꾀해 온 오디오북 플랫폼이다. 2만여개 콘텐츠를 제공하며, 오디오북과 더불어 북토크, 교양 명강, 비즈니스 강의 등의 오디오 강연(‘클래스’)도 청취할 수 있다. 월 구독권은 9,900원이며, 기본 2인 이용이 가능하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오디오북만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사람, 직업상 오디오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장시간 운전 등)

스토리텔은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오디오북 플랫폼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 시리즈를 독점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아동 도서를 포함해 해외 원서를 다량 보유했으며, 한‧영 오디오북 총 5만여권을 서비스하고 있다. 키즈 모드를 지원한다. 월 구독권은 11,900원으로 가장 비싸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 어학 공부를 하는 사람, 자녀 교육에 오디오북을 활용하고 싶은 사람, 해리 포터의 팬

(왼쪽부터) 밀리의 서재, 윌라, 스토리텔의 오디오북 재생 화면

실제로 들어 보니…

밀리의 서재는 확실히 종합 독서 플랫폼이라는 장점이 크게 다가왔다. 다양한 형태의 독서를 지원하니, 오디오북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도 부담 없이 구독할 수 있다. 보유 콘텐츠가 많아서인지 저장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지만, 앱이 무거운 것치고는 반응 속도가 빠른 편.

아쉬웠던 부분은 오디오북을 재생 중인 상태로 앱의 다른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다른 앱을 사용할 때는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재생이 되지만, 앱 내에서 이동하면 재생이 멈췄다. 같은 문제가 윌라나 스토리텔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밀리의 서재는 네오사피엔스와의 협업으로 10종의 AI 낭독을 제공하고 있는데, 단순히 문자를 소리로 변환해 주는 TTS 기능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웠다. 다만 감정을 전달하는 면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있었고, 계속 비슷한 어조가 반복돼 오랫동안 집중하기는 어려웠다.

반면 윌라와 스토리텔은 전 작품이 인간 낭독자의 완독으로 제공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윌라는 모든 작품에 전문 성우가 참여해 퀄리티가 고르게 보장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오디오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소설이다. 각 플랫폼을 대표하는 소설 작품을 감상해 봤다. 밀리의 서재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잔잔한 대화 위주의 에피소드와 내면 묘사가 이어지며 ‘힐링’을 선사하는 작품의 특성이 오디오북과 무척 잘 어울렸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었다.

윌라의 『파친코』 시리즈나 스토리텔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성우들의 연기력이 탁월해 몰입도가 높았다. 특히 조경아 성우가 1인 200역을 소화한 『해리 포터』 시리즈는 한 명이 여러 명을 연기하니 지루할 것 같았는데, 워낙 연기력이 뛰어나기도 하고 오히려 옛이야기를 듣듯 상상하며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사용이 편리했지만, 인터넷이 느린 환경에서 앱에 접속하면 구동 속도에 약간의 차이가 발생했다. 밀리의 서재와 스토리텔은 비슷한 수준이었고, 윌라는 조금 느렸다.

모든 플랫폼에 공통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챕터 구분이 원작의 소제목 대신 숫자로만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거였다. 오디오북은 그 특성상 전체 흐름을 가늠하거나 정확히 원하는 부분으로 건너뛰기 어렵기에, 챕터 구분을 명확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시집 한 권에는 수십 편의 시가 수록돼 있는데, 챕터가 각 작품의 제목 대신 숫자로만 구분되어 있으면 원하는 시를 찾기 위해 원작의 목차와 순서를 일일이 대조해 봐야 한다.

총평

지난 9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오디오북 플랫폼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오디오북의 수’(32.0%)를 꼽았다. 각 플랫폼들은 이러한 니즈에 맞춰 콘텐츠 확보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과반수가 가장 선호하는 분야인 소설, 그중에서도 오디오북의 특성과 잘 어울리는 장르문학 분야의 IP 발굴 및 홍보를 위해 직접 공모전을 열기도 하고, 윌라의 ‘화요미스터리클럽’과 같은 기획전을 열기도 한다. 다만 시장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큼 강력한 ‘킬러 콘텐츠’는 아직까지 없는 상황.

같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세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재생 기능’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실제로 우리나라 오디오북 시장이 세계 수준에 비교하면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재생 기능에 있어서는 세 플랫폼 모두 우수했다. 가격 면에서도 오디오북 한 권을 개별 구매 시 대체로 만 원 이상이기에 이들의 월 구독료가 특별히 비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디오북이 아직 크게 대중화되지 않은 만큼, 지금처럼 콘텐츠 확보에 힘쓰는 한편으로 소비자 개선 의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요금제 다양화’를 시도한다면 더욱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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