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토끼의 해, ‘교토삼굴’의 지혜란?
[발행인 칼럼] 토끼의 해, ‘교토삼굴’의 지혜란?
  • 방재홍 발행인
  • 승인 2023.01.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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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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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검은 토끼의 해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을 펴낸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불경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올해를 헤쳐나갈 열쇳말로 ‘교활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다’는 고사성어 ‘교토삼굴(狡兎三窟)’을 꼽았다. 어려운 때일수록 트렌드를 민감하게 읽고, 다양한 변수에 전략적으로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성어는 중국 전국시대 사군자(四君子) 중 한 명인 제나라의 맹상군과 그의 식객 풍훤의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어느 날 맹상군이 자신이 다스리는 땅인 설(薛)에 가 백성들에게 빌려 준 돈의 이자를 받아 올 사람을 구하자, 풍훤이 자원했다. 그가 출발하기 전 돌아올 때 무엇을 사 올지 묻자, 맹상군은 제 집에 모자란 것을 살펴 사오라고 명했다.

사실 맹상군은 3천명이나 되는 식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설 땅의 백성들에게 돈놀이를 하고 있었다. 풍훤은 도착하자마자 빚진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이자 10만전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그 돈으로 성대한 잔치를 열어 다시 모이게 한 뒤, 이자를 갚을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는 갚을 날짜를 정해 주고, 가난해서 이자를 낼 수 없는 이들의 차용 증서는 모아서 불태워 버렸다. 그러자 백성들은 만세를 부르며 은혜에 기뻐했다.

돌아온 풍훤에게 맹상군이 무엇을 사왔냐고 묻자, 풍훤은 이 집에 유일하게 모자란 것인 의로움(義)을 사왔다고 답했다. 독촉해도 끝내 받을 수 없는 빚을 가지고 계속해서 백성들을 괴롭힌다면 민심만 잃게 될 것이란 얘기였다. 이 행동의 진가는 그로부터 1년 뒤에 나타났다. 맹상군을 중용한 제나라의 왕이 죽고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서 권력을 잃은 맹상군이 자신의 땅으로 돌아가는데,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백성들이 마중을 나와 그를 환영한 것이다.

이 일로 맹상군의 신임을 얻은 풍훤은 “교활한 토끼는 굴 세 개로 겨우 죽음을 면한다는데, 지금은 굴이 하나밖에 없다”며 두 개의 계책을 더 내 실행했다. 먼저 위나라에 가서 맹상군을 영입해야 한다고 부추겨, 위기감을 느낀 제나라의 왕이 맹상군에게 사과하며 복귀를 명하도록 했다. 그러고는 선왕의 종묘를 설 땅에 세우는 것을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다. 훗날 그 땅이 외부의 공격을 받더라도 국가 차원에서 구원병을 파견해야만 할 이유를 만들어 둔 것이다.

맹상군은 풍훤의 세 가지 지혜 덕분에 이후 수십 년간 제나라의 재상을 지내며 어떤 화도 입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다 가시지 않은 가운데, 장기 불황의 불안감이 엄습한다.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답답한 시절이다. 눈앞의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해 잘 알고 있던 부분도 놓치고 마는 경우를 종종 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듯 이런 때일수록 한 걸음 떨어져 넓은 시야로 자세를 가다듬고, 차분히 나만의 굴을 파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요즘 대세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든, 새로 시작하는 공부든, 지난해 미처 챙기지 못했던 인간관계에서의 덕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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