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이 3조 원이 되기까지… 다이소의 ‘기본’ 철학
천 원이 3조 원이 되기까지… 다이소의 ‘기본’ 철학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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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이소 홈페이지]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은 자신의 저서 『천 원을 경영하라』에서 사업 초창기에 있었던 일을 털어놓는다. 최고경영자들이 모이는 조찬 자리였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끼리 간단한 인사를 나누던 시간이었다. 당시 박 회장의 옆자리에 앉은 기업인이 그에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박 회장은 “천 원 균일가숍을 운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기업인은 말을 잇지 않고 고개를 돌리며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박 회장은 “그분에겐 1,000원짜리를 파는 균일가숍이 그다지 전망 있는(?) 사업으로 생각되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술회했다.

세간의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박 회장이 1997년 다이소(당시 아스코이븐프라자)를 막 열었던 당시, 주변 사람들은 “쟤들 1,000원짜리 상품 팔아서 어떻게 매장을 운영한다는 거지?” “언제 망하는지 한번 두고 보자”하고 수근거렸다. 천 원짜리 상품을 팔아서 마진도 얼마 남지 않을뿐더러, 소비자들이 상품 품질에 대해 의심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 회장은 보란 듯이 성공했다. 매달 600종의 신상품이 출시되고, 전국 1,500개 매장에 3만 2,000여 종의 상품으로 매일 100만 명의 고객이 찾아 온다. 2014년 말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 3조 원을 넘어서면서 다이소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어떻게 천 원짜리 싸구려로 3조 원을 번 걸까. 박 회장의 책 『천 원을 경영하라』에서 계속 강조되는 것은 ‘기본’의 중요성이다. “기본이란 본질을 파악해서 실천하는 것. 작은 것부터 지키는 것. 그 작은 변화가 쌓여 오늘 아성다이소가 되었다”고 말이다. 과연 그 기본이란 무엇일까.

먼저, 박 회장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박 회장이 창업을 시도한 건 마흔 다섯의 나이였다. 한때 공장의 잘나가던 간부였으나, 현장 노동자들의 파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고, 회사의 모진 시선을 버틸 수 없었던 그는 퇴사 후 창업을 택했다. 처음에는 동생과 함께 국내 대기업 직장인들을 일본에 해외 연수 보내는 사업을 하다가, 나중에는 일본에 생활용품을 납품하는 무역일도 병행했다. 생활용품을 싸게 파는 균일가숍이 일본을 비롯한 해외 선진국에 많은 것을 보고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외형이나 자존심보다는 ‘가격 대비 품질’과 실속을 훨씬 중시하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우리나라도 조만간 그런 현명한 소비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 저렴하고 질 좋은 상품을 일본에만 납품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도 쓰도록 하고 싶었다.”

그렇게 일본의 균일가숍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박 회장은 국내 최초의 균일가숍 ‘다이소’를 열었다. 물론 값이 저렴했기 때문에 물건이 많이 팔렸지만,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 다이소의 대부분 상품은 천 원이거나 이 천원으로 책정되고 있는데, 이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한다. 원자재 값의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의 여파로 해외의 균일가숍이 가격을 조금씩 높이거나 할인점으로 바꾸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균일가는 아성다이소의 핵심사명”이라며 원칙을 고수했다. 이 원칙, 그리고 기업의 존재 이유인 이윤을 동시에 지키기 위해서 박 회장은 다시 기본에 집중했다. 그는 “복잡함을 빼고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며 “그러다 보니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원가가 올랐다고 덩달아 상품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그럴수록 유통과정의 거품을 없애고 비용을 최소화해 가격과 품질을 유지하자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었다고 설명한다. 군더더기를 덜기 위해 박 회장은 백방으로 노력해야 했다. 플라스틱 바구니의 가격 10원을 깎기 위해 6개월 동안 업체와 씨름을 벌여야 했고, 결국 항복을 받아냈다. ‘루미낙’으로 유명한 프랑스 회사 아크를 찾아가서는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유리컵을 싼 값에 대량 수입해오기도 했다. 

결국, 그가 강조하는 건 천 원짜리를 팔더라도 어떤 가치로 파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상품이 싸고 좋으면 고객은 반드시 온다는 것”이며, 상품에 적힌 숫자가 천 원이더라도 ‘가격보다 최소한 2배 이상의 가치를 준다’는 마음으로 팔면 고객은 알아서 찾아온다는 것이다. 작은 상품이지만,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더욱 본질에 집중하자는 박 회장의 집념이 바로 지금의 다이소를 일궈낸 비법이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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