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채용 트렌드, 중요한 건 ‘경험’
2023 채용 트렌드, 중요한 건 ‘경험’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2.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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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와 기업 간에 관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이름 있는 대기업들이 채용 공고를 내면 구직자들이 줄을 서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구직자들은 회사 간판만 보고 입사하지 않는다. 이들에게서 일은 생계유지 수단이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므로, 회사와 자신이 동반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퇴사를 하거나 조건이 맞는 회사를 골라 옮길 수 있다.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발적 퇴사나 대퇴직‧대이직 등의 현상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벌어진다. 문을 열어놓고 그 중 가장 훌륭한 인재를 뽑으면 될 줄 알았던 기업의 입장에서는 채용에 대한 태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윤영돈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은 책 『2023 채용 트렌드』에서 “예전에는 채용이 조직에 들어올 사람을 뽑는 통과의례였다면 최근의 채용은 합격 여부를 떠나 지원자가 조직 문화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장이 되고 있다”며 “이제 채용을 단순히 구조화된 프로세스로 이해하는 데서 벗어나 잠재고객과 직원의 경험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저자의 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이다. 구직자가 기업과 만나는 채용 과정의 경험은 비록 짧은 순간이더라도 오래 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다른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쉽게 퍼질 수 있다. 잡플래닛이나 블라인드 등 사이트를 통해 내부자가 아니면 알기 힘들었던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요즘 기업들은 구직자 혹은 직원에게 회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는데, 저자는 이를 ‘채용 브랜딩’이라고 부른다.

책이 제시하는 채용 브랜딩의 사례 중 하나로 ‘리버스 리쿠르팅’이 있다. 기업이 먼저 인재를 찾아 적극적으로 영입 제안을 하는 것으로, 지원한 후보자들 가운데에서 직원을 뽑는 기존 방식과는 정반대되는 채용 과정이다. 리버스 리쿠르팅은 인재에게 먼저 채용을 제안해서 잠재적인 경쟁을 줄일 수 있으며, 지원자의 자질에 조직의 업무를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인사팀을 인재영입팀으로 개편한 카카오, 네오위즈, SK 등은 과거처럼 가만히 앉아 인재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인재를 찾아 입사 제안을 하고 있다. 리버스 리쿠르팅을 받은 구직자는 자신을 영입하려는 회사의 정성에 마음이 이끌릴 수도 있다.

회사와 아름답게 헤어지는 방법을 만드는 것도 채용 브랜딩의 하나다. 저자는 조직을 나가는 직원에 대한 퇴사 절차를 ‘오프보딩’이라고 말하는데,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오프보딩’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물론 퇴사자와 아름답게 헤어지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섭섭함이나 아쉬움, 심지어 불편함까지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퇴사하는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는 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이는 더 좋은 인재를 데려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예컨대, 넷플릭스에는 ‘부검 메일’이라는 사내 문화가 있다. 퇴사자가 그동안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퇴사자가 초안을 작성하면 직속 상사, 인사 담당자와 논의해서 완성한다. 메일에는 본인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 회사에서 배운 것, 회사에서 아쉬웠던 점, 앞으로의 계획, 넷플릭스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을 최대한 상세히 기록한다. 부검 메일은 퇴사자가 쓴 내용에서 회사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하며, 다른 직원들이 퇴사자가 왜 떠나는지 알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누군가의 퇴사로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저자는 “기업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조직 내 사람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중요도나 파급력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도 퇴사자와의 이별을 잘 해내야 한다”며 “이들의 쓴소리는 분명 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평생 직장의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커리어 발전을 꿈꾸며 포트폴리오를 쌓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가만히 앉아 인재가 오길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보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구직자들은 들을 자세가 되어 있는 기업에게 자신의 역량을 투자할 것이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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