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밀레니얼이 말하는 밀레니얼의 마음
[책 속 명문장] 밀레니얼이 말하는 밀레니얼의 마음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2.15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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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밀레니얼세대가 불행하다는 말에 반문하곤 한다. 그들은 밀레니얼세대가 6.25 전쟁, 군부독재, IMF 위기를 겪지 않아서 진짜 고통을 모른다고 말한다. 일부는 타당한 지적이다. 밀레니얼이 사는 세계는 이전보다 더 안전해졌고 평등해졌다. 그러나 톨스토이가 말했듯, 불행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밀레니얼이 겪는 불행이란, 망망대해 같은 우주에서 길을 잃고 미아가 된 우주 탐사선과 닮아 있다. 출발한 목적도 상실했고, 그렇다고 도착해야 할 목적지도 보이지 않는다. 즉 밀레니얼은 밀레니얼이 사는 세계의 ‘이방인’이다. <14~15쪽>

2010년대는 단순히 미래를 상실한 시대가 아니라, 상실된 미래와 잊힌 과거가 현재로 유령처럼 투사되는 엉망진창의 난장판이다. 그러니 새로움은 더 이상 새로움처럼 느껴지지 않고, 과거는 너무 생생하게도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영국의 다큐멘터리스트 애덤 커티스는 이를 일컬어 ‘문화적 스태그네이션’이라고 말한다. 경제만큼이나 문화에서도 우리는 장기적 침체를 겪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과거는 미래를 대신하고 있다. <122쪽>

‘386세대론’은 정치적 구심점을 만들어 낸 기표였지만, ‘88만원세대’로 대표되는 2000년대의 수많은 청년 담론은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그것은 개인에게 준거 집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이나 규정 혹은 통제를 하기 위한 담론이었다. 386이라는 명명은 세대를 묶을 수 있는 힘의 원천 가운데 하나로 작동하지만, ‘88만원세대’는 청년들의 힘든 처지를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용어다. <130쪽>

OTT를 활용하면 우리가 취향을 형성하려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필요가 없듯, 우리는 타인을 마주하고 그들과 공동체를 만드는 데 따르는 다양한 갈등을 의도적으로 방기하고 있을지 모른다. OTT의 이용자가 영화나 작품을 맞닥트리는 대신에 플랫폼을 마주하듯, 우리는 이웃과 직장, 공동체 대신에 국가나 민족 같은 거대한 정체성으로 훌쩍 감정이입하고 있을지 모른다. 자동화된 알고리즘이 ‘나’의 취향을, 아니 나 자신을 만들 동안에 우리는 마치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소비자주의는 그저 소비 행위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인식하는 ‘자아’의 관점에 오류를 발생시킨다. <425쪽>

[정리=김혜경 기자]

『밀레니얼의 마음』
강덕구 지음 | 민음사 펴냄 | 476쪽 |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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