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앤 소울’ 기획자가 말하는 게임 기획의 세계
‘블레이드 앤 소울’ 기획자가 말하는 게임 기획의 세계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2.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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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5대 게임사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넘어섰다. 연봉은 직군과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과거에 비해 좋아진 처우와 특유의 자유로운 조직 문화, 게임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게임 회사의 매력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게임 기획자는 아트나 프로그래밍 분야만큼 전문성을 요구하지는 않기에,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꿔 보았을 직업이다.

책 『그 게임, 내가 만들었어요』(행성B)는 유명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기획자인 이진희씨가 쓴 직업 안내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막연히 선망하는 게임 기획자의 모습도 있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도 많다.

우선 명칭에 대한 오해가 있다. 게임 기획자라고 하면 보통 스토리를 쓰는 사람, 즉 시나리오 기획자를 떠올리는데, 이는 직군 내 세부 분류에 해당한다. 게임 기획자에는 시나리오 기획자 외에도 퀘스트‧콘텐츠‧시스템‧전투‧밸런스‧레벨 기획자 등이 있다. 시나리오 기획자는 그 인원이 많지 않아, 스토리를 만들지 않는 게임 기획자가 훨씬 더 많다. ‘블레이드 앤 소울’ 개발팀에서도 200명에 가까운 인원 중 시나리오 기획자는 단 한 명이었다고 한다.

게임 기획자에게 1순위로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엑셀과 같은 데이터 툴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가장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플레이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덩어리를 관리한다. 예를 들어 ‘물약’과 같은 간단한 아이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템 이름, 판매 가격, 획득 가능 수량, 상승시켜 주는 HP, 아이콘 이미지, 아이템 설명’ 등 수많은 값을 입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종일 엑셀 작업만 하는 날도 생긴다. 심지어 시나리오조차 주로 엑셀을 사용해 작업한다.

많은 게임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으로 창의성을 언급하지만, 막상 입사해 보면 창의성을 마음껏 펼치기는 어려운 환경일 수 있다. 전설적인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의 디렉터 오카모토 요시키는 “기존과 같은 95%를 바탕으로 나머지 5%의 독창성을 더해 게임을 만든다”고 말했는데, 대부분의 게임 회사가 상업성과 독창성 사이에서 이 정도의 비율을 기준으로 삼는다. 저자는 “게이머들은 의외로 익숙한 것을 좋아해서 너무 큰 변화는 바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내 마음대로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방법은 두 가지, 윗선에 해당하는 디렉터가 되거나 인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 구현된 게임에 버그가 없는지 테스트하는 것도 게임 기획자의 일이다. 업무 시간에 게임을 한다고 부러워하는 시선도 있지만, 이때의 게임은 어디까지나 분석과 테스트를 위한 것이기에 오히려 “업무 중에 가장 지겨운 작업”이다. 게다가 테스트 도중 버그가 발견되면 버그를 고친 이후 테스트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저자는 더 이상 순수하게 게임을 즐겼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크나큰 상실감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물론 그 대신에 얻게 된, 게임을 만드는 즐거움은 게임을 하는 즐거움 못지않았다. 그래서 그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안 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가장 빛나는 면만 보고 시작했다가 어두운 면을 보거나 경험한다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가 이 직업의 현실적인 안내자를 자처하는 이유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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