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 프리’ 꿈꾸는 중원도서관 “도서관은 열린 공간이잖아요”
‘배리어 프리’ 꿈꾸는 중원도서관 “도서관은 열린 공간이잖아요”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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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없는 서비스를 꿈꾸다’ 프로젝트로 올해 도서관 장애서비스 아이디어 및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중원도서관 [사진=중원도서관]

최근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 동화구연실, 음악실, 공연장, 카페 등 온갖 시설이 갖춰져 있어 어린이와 어른, 노인 등 모두가 한 공간 안에서 어울릴 수 있다. 서로 모르고 지내던 이웃들이 도서관에서 만나 친목을 다지는 일도 가능하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 도서관은 여전히 어려운 공간이다. 도서관에 점자블록 등 장애 친화적인 시설이 없어 입장조차 힘든 곳도 있으며, 실내 정숙을 지키려는 도서관에서는 특유의 소리를 내는 장애인들에게 눈총을 주는 일도 있다. 도서관이 진정 모든 시민을 포용하는 공간이 되려면, 장애인들을 위해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이어나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경기 성남시 중원도서관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올해 중원도서관의 ‘장벽 없는 서비스를 꿈꾸다’ 프로젝트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주최한 도서관 장애서비스 아이디어 및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해왔으며, 더 나아가 장애 친화적인(배리어 프리) 시설을 갖추기 위해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어 높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었다”는 평을 내렸다.

사실 중원도서관의 ‘장애인 독서 인권 개선’ 사업은 2005년부터 진행되어 왔다. 관내 장애인 단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던 중원도서관은 매해 장애인들을 도서관에 초대해 도서관 체험교실과 독서교육, 찾아가는 문화교실 등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다만,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에는 이 사업도 잠정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비대면으로 진행하고자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중원도서관은 발달장애인들을 중심으로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결국, 여러 차례의 논의와 고민 끝에 대면 프로그램을 재개하기로 했다. 10회에 걸친 대면 프로그램은 백남준을 비롯한 유명 예술가들에 관한 책을 읽고, 자신만의 미술 작품을 만들어보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수업에 참여한 한 강사는 “교사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을지, 대화가 가능할지, 작품을 표현할 수 있을지 수업을 시작하기 전 우려가 됐지만, 모두 함께 밝게 웃었고, 대화가 가능한 분은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발표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중원도서관 측은 “전이수 작가의 『소중한 사람에게』라는 동화책을 낭독하고, 마스킹테이프를 이용해 사람 얼굴을 표현하는 독후활동을 하던 중 수강생 중 한 명이 엄마 얼굴을 만들면서 행복하다고 말했는데, 이때 참여한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강사님이 가위로 비닐을 자르다가 손을 살짝 다쳤는데 수강생이 밴드와 연고를 가지고 와서 붙여주었다고 자랑했다”는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수업 하나로 장애인 한 명의 인생이 확 바뀌지는 않아도,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비장애인과 소통하는 계기를 만드는 데 의의가 있었다는 게 중원도서관의 설명이다.

중원도서관이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은 독서 프로그램 때문만이 아니다. 관내 장애인을 위한 자료와 기구, 시설도 확보하고 있다. 개관 당시에는 100점의 녹음도서를 갖추고 있었지만, 현재는 점자도서 211권, 낭송도서 724권도 갖추고 있다. 독서확대기 2대, 특수키보드 및 특수마우스 2대, 높낮이 조절책상 2대, 의사소통 보조기기 1대, 광학문자판독기 1대 등 보통 도서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독서보조기기를 갖추고 있다. 정기적으로 책을 보내는 책 배달 서비스도 진행 중인데, 지난해에만 1,634권의 책이 각 가정에 배달되기도 했다.

중원도서관은 ‘배리어 프리’ 도서관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배리어 프리란 일반적으로 장애인의 시설 이용에 장애가 되는 장벽을 없애는 것을 뜻한다. 그 일환으로 한국장애인개발원 주관 배리어 프리 인증을 목표로, 매년 장애인 관련 시설을 개선하고 수리할 수 있게끔 예산을 편성했다.

나아가, 사회가 빠르게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장애인들의 디지털 교육에도 매진하고 있다. 메타버스 접속, 파일 편집, 디자인 어플을 활용한 영상 제작 위주의 수업을 개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비장애인의 관점에는 간단한 활동인 것처럼 보여도, 장애인이나 나이가 들어 장애를 갖게 된 노인들에게는 도전적인 것들이다.

‘장벽 없는 서비스를 꿈꾸다’ 담당자인 중원도서관 김선영 사서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관계’. “도서관이 종합문화시설이 되려면 도서관이 장애인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죠. 도서관은 열린 공간이잖아요.”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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