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을 돌멩이로 만드는 ‘데스테크’의 세계
죽은 사람을 돌멩이로 만드는 ‘데스테크’의 세계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2.09 06: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파팅스톤 홈페이지]

근 몇 년간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스스로 죽음에 대해 말하기 불편하고 어려웠던 옛날과는 달리, 요즘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차분히 준비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탄생한 개념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 품위를 지키며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웰다잉’이다. 그런데 웰다잉만 알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최근 미국에서 발생하고 유행하는 ‘데스테크’는 웰다잉을 실천하기 위한 기술적인 노력으로, 웰다잉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데스테크는 하나의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책 『2023 한국인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요한 변화들을 기록한 책으로, 필진 중 한 명인 이성은씨(달라스무역관)는 미국의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인 ‘데스테크’의 사례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그는 “죽음의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남은 이들이 고인을 아름답고 뜻깊게 기억할 수 있도록 돕고, 환경적으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방안을 추구하는 데스테크 산업은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확장‧진화하고 있다”고 전한다.

저자가 가장 먼저 언급하는 사례는 ‘파팅스톤(Parting Stone)’이다. 이 회사는 화장된 고인의 유골을 40~60개의 돌멩이로 만들어 제공한다. 뼛가루로 남아 있는 유골을 보관할 때 발생하는 불편을 개선하고자 한 것이다. 파팅스톤의 CEO 저스틴 크로는 고인의 유골을 실수로 흘린 후 청소 도구로 쓸어 담았다거나, 고인의 유골을 뿌리던 날 바람이 심해 엉망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그가 유골을 돌멩이로 만들고자 한 것은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상실감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책에 따르면 파팅스톤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은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도 언제든 가까이에 둘 수 있어 매일매일의 일상생활에서 사랑하는 이를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매개로 다른 사람과 고인의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고객은 직접 파팅스톤의 서비스를 신청해 자신의 유해로 만든 돌멩이를 친구 25명에게 나누어줄 것을 계획하기도 했다. 파팅스톤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는 에테르네바(Eterneva)가 있는데, 이곳은 고인의 재를 다이아몬드로 제작한다. 고인의 머리카락이나 눈동자 색깔 혹은 좋아했던 색을 다이아몬드 색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저자는 유골을 흙으로 만드는 데스테크 기업 ‘리턴홈(Return home)’도 주목한다. 그는 “한 번의 화장은 보통 연료 110리터를 태우고 이산화탄소 250kg을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데다, 그 결과물인 사람의 재는 지구에 전혀 유용하지 않다”며 “화장한 유해는 강알칼리성이라 토양에 뿌려지면 식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방부 처리를 위해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매장법 또한 해답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리턴홈은 화장이나 매장이 모두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에 발견하며, 새로운 방식의 장례 문화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리턴홈의 기술은 화장법에 비해 10%의 에너지만을 사용하며 유골을 흙으로 전환시켜 생명의 순환을 돕는다. 과정은 간단하다. ‘베셀’이라는 큰 용기 안에 시신과 알팔파(여러해살이풀의 종류), 짚, 톱밥 등이 포함된 유기물을 첨가한 후, 산소를 주입하면 미생물이 시신을 한 달 이내에 흙으로 만든다. 그리고나서 또 한 달간 흙을 그대로 두고 쉬게 한다(레스팅). 총 소요되는 시간은 60일이다. 이렇게 만든 흙은 땅이나 강에 뿌려도 환경에 해롭지 않다는 면에서 지구를 위한 하나의 대안책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방식의 죽음을 제안하는 데스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장례 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웰다잉을 실천하고 싶다면, 이들이 제시하는 기술을 살펴보고 자신의 최후를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진영 2022-12-11 08:16:12
잘 봤습니다.
흥미롭네요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