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캡틴 손’, 그가 한국에 바라는 것은…
돌아온 ‘캡틴 손’, 그가 한국에 바라는 것은…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1.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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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우루과이 경기 도중 대한민국 주장 손흥민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월드컵 시즌이면 평소 스포츠 경기를 즐겨 보지 않던 사람들까지도 축구 이야기로 하나가 된다. 지난 20일 개막한 카타르 월드컵은 시작 전부터 인권 문제 등 많은 논란으로 보이콧 운동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표팀 에이스인 손흥민 선수가 안면 골절 부상을 딛고 출전하면서 시청 열기가 대단하다. 30대에 접어든 그에게 마지막 월드컵 출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 또한 국내 팬들의 관심을 더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손흥민의 인기는 웬만한 아이돌을 능가한다. 독보적인 실력은 물론, 소탈하고 친화력 넘치는 성격과 남다른 열정까지 갖춘 덕이다. 그가 나타났다 하면 경기장뿐 아니라 서점가도 들썩인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 시즌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오르자 『손흥민: 그래픽 에세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등 관련 도서 판매량이 3배 이상 뛰었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가 손흥민을 키워 낸 아버지 손웅정씨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면, 2020년 출간된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은 손흥민이 직접 집필한 첫 에세이다. 만화책 『손흥민: 그래픽 에세이』도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책에 따르면, 그는 아버지와 함께 본격적으로 축구 훈련을 시작했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유럽에서 뛰어 보고 싶다는 꿈을 꿨다. 지도자이기 이전에 프로 축구선수였던 아버지가 당시 세계 최고의 리그였던 분데스리가를 보며 꿈을 키웠다면, 손흥민에게 ‘꿈의 무대’는 2002 한일 월드컵의 4강 영웅들인 박지성과 이영표가 있던 프리미어리그였다.

‘꿈은 이루어진다’. 좋지 않았던 가정 형편으로 스스로 유럽 진출 기회를 만들기는 불가능했던, “춘천 맨땅에서 종일 볼리프팅을 반복하는 꼬마”가 꾸었던 다소 거창한 꿈은 정말로 현실이 됐다.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했던 해외 유학 프로그램이 그 출발점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손흥민이 함부르크로 가게 된 2009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됐으니, 운도 따랐다. 손흥민은 처음 유학 프로그램 이야기를 듣던 순간부터 발탁 과정까지 당시의 감회를 생생히 기억한다.

연습 경기 첫 쿼터가 끝나자마자 독일 측 관계자가 오더니 대뜸 왼쪽 측면으로 포지션을 바꿔서 뛰어 보라고 지시했다. 두 번째 쿼터가 끝나자 맨 앞에서 스트라이커를 해 보라고 했다. 어린 손흥민은 ‘내 실력이 부족했나’ 하며 의구심을 품기도 했지만, 알고 보니 가장 눈에 띄는 선수의 포지션 소화 능력을 시험해 본 것이었다. 손흥민은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며 “단 한 번 찾아온 기회, 그때는 몰랐지만 마지막이 될 기회를 내가 잡았다”고 회고한다.

외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역시 언어였다. 한국에서 속성으로 독일어 과외를 받고 갔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훈련과 경기로 바쁜 와중에도 매일 학교에 나가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업을 꾸역꾸역 듣고, 동료들에게 다짜고짜 배운 표현을 써먹으며 한마디라도 더 섞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원어민 못지않게 프리토킹을 구사하는 손흥민이지만, “내 인생에서 공짜로 얻은 건 하나도 없었다”는 그의 말처럼 자연히 된 일은 아니었다.

희비가 롤러코스터처럼 교차하는 축구 인생을 살며 견디기 힘든 악플과 비난에도 시달려야 했다. 2014년, 생애 첫 월드컵이었던 브라질 월드컵을 눈물로 마치고 귀국한 손흥민과 선수들에게 일부 축구 팬이 ‘엿’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손흥민은 “당시 겨우 스물두 살이었던 내게는 심리적인 타격이 너무나 컸다”고 고백하면서도, “아무리 힘들어도 내게 있어서 국가대표팀은 절대선이다. 소속팀과 마찬가지로 대표팀 경기에서 나오는 나의 골과 우리의 승리로 한국 축구 팬 모두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것보다 기쁜 일은 없다”고 말한다.

세 번째 월드컵에 앞서 “잊지 못할 월드컵을 만들겠다”는 결연한 포부를 밝힌 손흥민. “태극마크가 자랑스럽고 조국을 대표해서 뛰는 일을 인생 최고의 영광이라고 굳게 믿는다”는 자랑스러운 ‘캡틴 손’이 우리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뭘까. 그 답은 의외로 소박하다. 독일의 분데스리가,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처럼 한국 K리그도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것. 이번 월드컵은 “(대표팀을 향한) 사랑과 관심, 응원이 매 주말마다 동네에서 벌어지는 축구 현장으로 퍼지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그의 소망을 기억하며 즐겨 보면 어떨까.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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