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폐관? 재설계? 논란만 부른 마포구의 해명
작은도서관 폐관? 재설계? 논란만 부른 마포구의 해명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1.11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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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민들로 구성된 ‘책과 마포구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이 지난 9일 마포구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마포구청은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작은도서관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시고 예산을 확충하시기 바랍니다. 작은도서관은 큰 도서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 도시에서 그 동네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미취학 아동들, 어르신들을 포함해 모든 주민들이 책을 빌려서 읽고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배움을 얻어가는 곳입니다. 스터디 카페는 이미 주변에 넘칩니다. 작은도서관 예산을 오히려 증액하시고 지원하십시오.”

이는 서울 마포구청 홈페이지의 주민 소통창구 ‘구민에게 듣겠습니다’에 올라온 최근 게시물 중 하나다. 현재(11일 기준) 마포구 홈페이지에서는 작은도서관의 운영방식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게시글이 500개 가량 올라와 있다. 과연 마포구에서 작은도서관을 두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서울 마포구청 홈페이지의 주민 소통창구 ‘구민에게 듣겠습니다’에 달린 구민들의 항의 게시글 [사진=마포구청 홈페이지 캡처]

마포구에는 9개의 작은도서관이 있다. 각 작은도서관의 이름은 꿈을이루는(작은도서관, 이하 생략), 늘푸른소나무, 복사골, 성메, 성산글마루, 아름드리, 용강동, 초록숲, 해오름이며, 2008년부터 특정 법인이나 단체가 구로부터 관리 권한을 위임받아 운영해왔다. 이들은 구로부터 3년 단위로 작은도서관을 위탁운영 해왔으며, 그 일환으로 지난달 27일 마포구는 홈페이지에 수탁기관 선정 결과를 공고했다. 한국청소년 네트워크‧기독교대한감리회사회복지재단‧주식회사 서강교육그룹 등 3개 단체는 2025년까지 작은도서관들을 담당해 운영키로 했었다.

그런데 지난 3일과 4일 구는 돌연 3개 법인에 위탁취소를 통보했다. 명목은 기능 재설계. 구는 “그간 운영돼 왔던 작은도서관이 이용자 수가 적어 사용되는 예산에 비해 운용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재의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마포구가 작은도서관을 폐관하고 독서실로 운영하려고 한다는 <한겨레>의 단독보도와 이에 따른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구는 지난 8일 해명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구는 이 보도자료에서 “도서 열람이나 대출 같은 기존의 작은도서관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근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터디카페(독서실)’ 등 공간까지 추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구민들이 말하는 작은도서관을 폐관하고 독서실로 만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기능을 추가한다는 이야기다. 구가 예상한 독서실의 주 이용객은 구내 중‧고등학생과 수험생이다.

주민들의 오해였던 걸까. 그러나 마포구의 해명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구내 작은도서관들을 지원하는 마포중앙도서관의 송경진 관장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도대체 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기도 전에 예산의 30%를 삭감하라는 지시도 이해할 수 없지만, 위수탁협약 체결이 다 끝난 작은도서관들을 독서실로 전환해서 동문고에서 운영하라는 지시는 더 이해가 안 간다”고 적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도서관 예산 삭감이 구의 방침인데, 독서실 추가 건립은 예산을 추가할 수밖에 없는 안건이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사실 확인을 위해 마포구청 측에 문의했으나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의문은 또 있다. 스터디 카페가 작은도서관과 함께 운영될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구의 해명이 빈약해 보인다. 작은도서관은 미취학 아동과 학부모가 독서 모임을 하고,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에게 멘토링을 하는 등 소음이 발생하는 반면, 독서실은 조용한 분위기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작은도서관의 공간을 분리해 스터디카페를 만들면 두 공간의 이용자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한 도서관 건축 전문가는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렇지 않아도 좁은 작은도서관의 공간의 일부를 할애해서 만드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전했으며, 구내 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따로 건축물을 만들면 그만큼 예산이 더 들어가므로 구청의 태도가 일관성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구는 9일 본지의 통화에서 “방향성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사항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구민들과 작은도서관 자원봉사자들은 ‘책과 마포구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지난 9일 오전 기자회견과 구청장 항의 방문을 진행했다. 이날 주민들은 “작은도서관은 문화 복지의 최전선이며, 민주시민 역량을 키우는 지역주민의 커뮤니티 공간”이라며 “마포구민과의 소통과 논의 없는 일방적 운영 방식 번복과 도서관 예산 삭감은 향후 작은도서관을 말살하고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외쳤다.

[사진=책과 마포구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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