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고교학점제’, 시행해도 괜찮을까
말 많은 ‘고교학점제’, 시행해도 괜찮을까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1.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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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사진=교육부 고교학점제 소개 영상 캡처]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사진=교육부 고교학점제 소개 영상 캡처]

일 년 중 입시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시즌이다. 매해 수능을 기점으로 예비 고3은 물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중3 학생들까지도 신발 끈을 고쳐 묶듯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대학 입시가 현재의 고등학교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나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풍경에 서서히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바로 ‘고교학점제’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 이수‧운영제도”다. 수능 과목 위주로 획일화된 교육과정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일정한 범위 내에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고, 이수를 위한 최소 성취기준을 두어 모든 학생이 수업을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맞춤형 책임지도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은 학급별 시간표가 아닌 개인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고, 상대적 석차가 아닌 과목별 절대적인 성취 기준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위주로 평가받게 된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모든 고등학교에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물론 아직은 많은 이들에게 낯선 개념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책 『팩트체크, 고교학점제를 말한다!』(맘에드림)는 그 우려를 덜어주는, 현직 교사와 교육 정책 전문가들이 쓴 고교학점제 소개서다. 고교학점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던 연구학교의 사례 등을 통해 고교학점제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을 살펴볼 수 있다.

‘학점제’라는 이름 탓에 고교학점제를 대학교 학점제와 혼동하고, 보편교육을 지향해야 할 고등학교가 일찍부터 학생들을 특정한 전공에 한정된 교육으로 내몰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전공별로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있는 대학교와 달리, 고교학점제에서는 국가가 정해 둔 큰 틀인 국가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학교별 교육과정이 편성되며, 학생들은 필수 과목을 수강하면서 선택 과목군 안에서 자신의 진로와 연계된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진로와 연계된 과목이라도 기초 과목이 많아, 희망하는 진로가 다른 학생들도 중복되는 과목이 상당수다. 사실상, 문‧이과의 이분법적 구분을 폐지하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확대를 강조해 온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연장선상에서 선택의 범위가 조금 더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책에서는 “앞으로는 수능 과목을 3년 내내 학교 지정과목으로 편성하여 모든 학생에게 억지로 수강하도록 강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에는 수능에 응시하지도 않고, 아무리 수업 시간에 교실에 앉아 있어도 해당 과목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학생에게도 고등학교에서 당연히 배워야 하는 교육과정이라며 의무적으로 강요해 왔다”며 이것이 오히려 보편교육을 지향하는 고등학교 교육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초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전 영역을 균형 있게 배우는 것은 중요하지만, 학생의 진로와 적성, 성취도에 맞지 않는 높은 수준의 심화 과목까지 모든 학생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농‧어촌 학교 등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학교에서는 고교학점제 시행이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학교 간 격차를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온라인 교육과정 등의 구조적 대책을 통해 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한다면 오히려 학생들이 지역적 한계를 넘어 기존보다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게 될 수 있다. 책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교원 수급, 행정 업무 부담 등) 단위학교에서 해결이 어려운 영역은 분명히 있다”며 “학교가 수업 및 평가, 학생 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실질적 행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고교학점제 시대에 맞는 역량과 의지를 갖춘 전문가와 관리자 양성의 중요성도 역설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고교학점제를 향한 크고 작은 우려는 셀 수 없다. 잘 몰라서 생기는 오해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책에서 말하듯, “고교학점제가 불러올 변화는 비단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 고등학교 교육의 거의 모든 방면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게 된다”. 대한민국이 아닌 ‘대학민국’이라는 웃지 못 할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입시 경쟁에 매몰된 우리 사회에서는 다소 급진적으로 느껴지는 제도인 듯하다.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생의 진로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공교육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선한 취지가 잘 실행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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