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말고 ‘그냥 경찰’로 불러주세요
‘여경’ 말고 ‘그냥 경찰’로 불러주세요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11.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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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한 영상이 올라오면서 한동안 논란이 일었다. 경찰관들이 취객을 체포하는 과정을 찍은 영상이었는데, 이 영상에서 여성 경찰이 취객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은 ‘대림동 여경’이란 제목으로 SNS와 각종 사이트, 유튜브, 심지어 공중파 방송까지 도배되면서 여경이 쓸모없다는 ‘여경 무용론’을 확산시켰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가짜뉴스였다. 악플러들은 여경이 수갑을 시민에게 채우라고 지시했다거나 상황을 내팽겨치고 도망을 쳤다는 등 이야기를 꾸며냈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된 사실이 없었다. 논란의 당사자였던 이선영 경찰관은 도망친 적도 없고, 시민에게 수갑을 채우라고 지시한 적도 없었다. 오히려 수갑을 채운 건 시민이 아니라 교통 경찰이었다. 경찰은 기본적으로 취객이 다치지 않도록 방어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서 수갑을 채우는 건 힘들다. 사건 장소 또한 대림동이 아니라 구로동이었다. 악플러들이 쏟아낸 모든 말들은 사실 여경이 무능하다는 주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작”이었다.

훗날 동료 경찰관들의 증언이 나왔고 사건의 진상도 드러났지만, 진실이 가짜를 덮기는 힘들었다. 지금도 남초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여경’을 무능한 존재로 보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여경에 대한 혐오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책 『여성, 경찰하는 마음』은 이선영 경찰관을 비롯한 현직 여성 경찰 23명이 남성 경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경찰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전하는 책이다. 책은 70여 년 대한민국 경찰 역사 처음으로 여경들의 한목소리를 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책의 주인공인 여성 경찰들은 경찰서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차별적인 시선에 상처입으면서도 꿋꿋이 맞서 싸운다. 피의자가 여성 경찰에게 “여자다!”라고 말하면 “여기 여자가 어딨습니까! 경찰이지!”라고 혼내고, ‘금녀’의 부서 ‘경비과’에 들어가 여성도 경비과에서 활약할 수 있음을 내보이기도 한다.

여성 경찰들이 내근 직이나 편한 부서에만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오산이다. 그들은 남자 경찰들과 마찬가지로 형사과나 수사과 등에서 활약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한밤 중 난동을 부리는 피의자를 제압하고, 폭력 남편에게서 피해자 아내를 보호하고, 폭발물 제거에 앞장서고, 마약사범을 새벽까지 추격하는 등 여느 경찰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더해 아무런 증거가 없는 강간이나 강제 추행과 같은 수사에서는 피해자 진술을 분석하는 데 뛰어난 실력을 발휘히기도 한다.

따라서 저자들은 여경에 대한 뿌리깊은 혐오를 멈추고, 있는 그대로의 ‘경찰’로 봐달라고 당부한다. 강승연 경찰관은 “‘여경이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경찰 중에서 간혹 일을 못하는 남경 또는 여경이 있을 뿐이다’라는 것은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증명될 것”이라며 “여경이 왜 경찰이 되었는지 궁금해하지 말라. 섣불리 무시하지 말고, 또 어설픈 배려로 대변하지 않으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것만이 여경이 경찰이 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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