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브라운의 상징 ‘줄무늬’, 한때는 ‘악마의 무늬’
톰브라운의 상징 ‘줄무늬’, 한때는 ‘악마의 무늬’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1.0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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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재료로 직조한 옷을 네 몸에 걸치지 말라.”(레위기 19:19)

오늘날 줄무늬(스트라이프) 패턴은 주로 자유롭고 경쾌한 이미지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3선 디자인은 놀이, 민첩성, 운동 능력 등을 연상케 한다. 무채색 위에 살포시 얹어진 줄무늬는 세련된 멋을 더해 주기도 한다. 지난 2020년 출시된 삼성 갤럭시 Z 폴드 3‧플립 3 톰브라운 에디션은 단색 디자인에 톰브라운 특유의 간단한 줄무늬를 더했을 뿐인데 기존 제품의 두 배 이상의 가격에도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중고 판매가에도 웃돈이 붙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물론 이는 톰브라운이 많은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명품 브랜드였던 덕에 일어난 일이지만, 그만큼 현대 패션에서 줄무늬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과거 줄무늬의 위상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중세 유럽에서 줄무늬는 ‘악마의 무늬’ 취급을 받았다. 서기 1000년이 되기 전부터 유럽 예술가들은 유다와 같은 성경 속 배신자를 그릴 때면 경멸의 의미를 담아 줄무늬 옷을 입은 것으로 표현하곤 했다. 13세기 중반부터는 세속적인 그림에서도 당시 기준으로 ‘악인’들에게 줄무늬 옷을 입히는 경우가 늘어났다. 유대인, 이단자, 어릿광대, 곡예사, 망나니, 창녀, 반역자 등 사회를 어지럽히거나 타락시키는 것으로 여겨졌던 이들은 물론 신체적 결함이 있는 사람, 하인처럼 천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등 사회의 일반적인 질서에서 열외된 이들은 줄무늬를 피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줄무늬가 기피의 대상이 됐던 이유는 무엇일까. 중세 문장학의 대가이자 색채 전문가인 미셸 파스투로는 책 『스트라이프, 혐오와 매혹 사이』(미술문화)에서 ‘줄무늬의 역사’를 끈질기게 파헤친다. 중세 라틴어에서 ‘줄이 있는 것’과 ‘다양한 것’은 종종 동의어로 사용됐는데, 줄무늬에 대한 편견은 이런 인식에서 출발했을 수 있다. 신실한 중세 기독교인들에게 다양성이란 “불순하고 위협적이며 부도덕하고 속임수를 쓰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줄무늬 옷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장이 등장한다.

게다가 9세기 전후부터 14~15세기까지 서양 사람들은 바탕과 무늬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구조에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과는 달리, 모든 표면을 평면이 아닌 겹겹의 구조로 읽어 내려고 했기 때문이다. 옷에 어떤 색이나 무늬가 들어가면 바탕이 되는 면이나 색에서 시작해 무늬 면이나 색으로 시선을 이동해야 하는데, 두 가지 색이 동일한 비중으로 등장하는 줄무늬 옷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으니 혼란을 느꼈던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경멸의 대상이 되었던 줄무늬는 근대로 접어들면서 차츰 그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되었다. 1770년대를 기점으로 줄무늬는 낭만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미국의 독립 혁명에서 열세 줄의 가로 줄무늬 깃발이 사용되면서는 혁명과 자유의 표상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미국의 독립 혁명가들은 예속의 사슬을 끊어 낸 농노라는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속박과 배척의 상징인 줄무늬 천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줄무늬의 코드를 완전히 뒤바꾼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렇듯 변화무쌍한 역사를 거쳐, 이제 줄무늬는 “여가와 레크리에이션의 세계, 놀이와 스포츠의 세계, 어린이와 젊은이의 세계를 모두 아우르는” 상징물이 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 내지는 못했다. 대표적으로, 우리는 ‘죄수복’ 하면 줄무늬 패턴을 떠올린다.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줄무늬 죄수복이 사용된 적 없는데도 말이다. 위험을 알리는 도로 표지판에도 줄무늬가 들어가 있다. 책은 줄무늬의 의미를 한정하기보다는, “오늘날 줄무늬는 중세시대부터 있어 온 부정적 의미와 후대에 덧붙여진 긍정적 의미가 한데 섞인 집합소라고 할 수 있다”며 줄무늬에 집약된 인류 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다채로이 펼쳐 보인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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