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있을까?
웹소설 작가는 ‘아무나’ 할 수 있을까?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0.1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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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약 5개월 만에 막을 내린 네이버의 국내 최대 규모 웹소설 공모전 ‘2022지상최대공모전’에는 무려 9천1백여편의 웹소설이 접수됐다. 박제연 네이버웹소설 총괄 리더는 “스토리의 가치가 커지면서 원천 IP로서 웹소설은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콘텐츠 시장에서 하나의 매력적인 이야기를 다양한 형식으로 재생산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 전략이 일반화되며, 다양한 콘텐츠의 원천 IP로서 웹소설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 이에 웹소설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웹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특별한 자격 요건도, 필수로 이수해야 할 교육도 없다. 일견 분량이 짧고 문장도 단순해 쓸 때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쓸 수 있을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에 몇 시간씩만 투자하다 보면 어느 순간 ‘대박’ 작가가 되어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환상. 누가 웹소설로 월에 얼마를 번다더라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솔깃해하는 이유다. 하지만 책 『웹소설 작가 서바이벌 가이드』의 저자는 현직 웹소설 작가로서, “한탕 하고 뜨겠다는 식의 계획은 생각처럼 쉽게 가능한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창작은 많은 시간이 들고 가성비가 낮은 일이다. 할 생각이 있다면 길게 보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짧은 분량’이 웹소설의 특징이라는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1회당 분량은 짧지만, 웹소설 분야에서 1화로 끝나는 단편은 드물다. 특히 과거 도서 대여점을 통해 일정한 판매 부수가 보장되는 상황에서 성장한 판타지나 무협 장르의 경우 압도적으로 분량이 길다. 대여점보다는 전자책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로맨스 장르도 일반적인 장편소설 한 권 정도의 분량인 원고지 800~1,000매 이상으로 완결되는 경우가 많다. 매일 수천 자 분량의 글을 연재하는 일은 숙달된 사람이 아니라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저자는 아마추어 시절에도 집안일에 시간을 덜 뺏기며 연재를 이어 가기 위해 일주일 치의 밀프렙(미리 준비해 저장해 두는 식사)을 마련해 두었다고 한다.

각오를 마쳤다면, 이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생각할 차례다. 저자는 “사람들은 회사 생활의 불합리함을 격렬하게 성토하고 회사가 개인을 닳게 하고 죽여 없앤다고 말하지만 나는 회사 생활보다도 글을 쓸 때 그것을 더 많이 느꼈다. 그래서 나는 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원동력을 가질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 헤맸다”고 말한다.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웹소설을 쓰는 사람이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웹소설을 쓰는 사람이든 동력을 잃지 않고 창작을 계속해 나가려면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웹소설 작가로서 나의 강점은 무엇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도 꼭 필요하다.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나는 판타지소설가가 되고 싶다. 남성향 판타지를 쓸 것이고 이계 진입 모험물을 쓰고 싶다. 이계의 생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박람록이 좋을 것 같다. (…) 나는 판타지계의 몬스터 정보나 신화 전설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내 전공인 생물학적 지식을 이용한 몬스터 관련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내 성격은 꼼꼼한 편이어서 큰 오류 없이 플롯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강점은 전문 지식, 글 쓰는 속도, 문체, 주제 의식, 하물며 ‘드립력’까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책에는 이처럼 작가가 되기 위한 준비 단계부터 시작해 본격적으로 웹소설에 맞는 이야기를 짜고 문장을 쓰는 법, 연재하는 법, 출간 계약시 주의사항 등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 실전에서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는 정보들이 담겼다. 저자의 땀과 눈물이 그대로 녹아 있는 페이지를 넘겨 가다 보면, 막연하게 품었던 웹소설 작가라는 꿈이 조용히 수그러들지도 모른다. 저자는 “웹소설 작가가 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지속하기는 어렵다. 한두 작품 내고 사라지는 작가들이 수두룩하고 첫 작품은 잘되었으나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에서 실패해 스스로 꺾이는 작가들도 많다”며 “웹소설 작가로서의 삶은 힘든 사회생활의 도피처가 아니다”라고 전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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