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 로맨스 플랫폼 ‘플링’ “‘유교걸’에게도 판타지는 있잖아요”
섹슈얼 로맨스 플랫폼 ‘플링’ “‘유교걸’에게도 판타지는 있잖아요”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10.16 06: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성향 성인 콘텐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진행된 플링의 서울 전역 옥외광고 캠페인 [사진=센슈얼모먼트]

2030 여성들을 타깃으로 한 섹슈얼 로맨스 콘텐츠에 기업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금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디의 인기 웹툰 <상수리나무 아래>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한 팬덤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BL을 비롯한 여성향 성인 로맨스 콘텐츠는 리디가 콘텐츠 플랫폼 스타트업으로서는 최초로 유니콘에 등극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다. 이렇듯 음지 문화로만 여겨지던 성인 로맨스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화하면서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기업에서도 ‘17금’ 로맨스 웹툰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섹슈얼 로맨스 콘텐츠 열풍에 합세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등장한 여성향 섹슈얼 로맨스 플랫폼 플링은 그런 흐름 속에서 급성장했다. 숏폼 오디오 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에 수위와 상황,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로맨스 콘텐츠로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21만을 돌파하고,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17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넷플릭스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앱 디자인과 전문 작가, 성우, 사운드 엔지니어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약 300편의 오리지널 콘텐츠 등에서는 원대한 야심이 엿보인다. 최근에는 출판사 시공사, 영화 제작사 싸이더스와 함께 콘텐츠 공모전을 열기도 했다.

주력 분야인 오디오 드라마 외에도 웹소설 등으로의 분야 확장과 출판‧영상 등 타 업계와의 접점 확대, 나아가 해외 진출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플링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지난 6일, 플링 서비스를 초창기부터 주도해 온 남성률 센슈얼모먼트 콘텐츠총괄이사를 만났다.

남성률 센슈얼모먼트 콘텐츠총괄이사 [사진=안경선 PD]

- 플링 서비스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30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로맨스 콘텐츠 플랫폼 앱이에요. ‘플링(Pling)’은 느낌표를 뜻하는 영국식 영어 표현으로, 일상 속에 느낌표 같은 감각적인 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의미를 담았죠. 국내에 아직 흔하지 않은 여성향 섹슈얼 로맨스 콘텐츠를 통해 여성들에게 보다 설레는 일상을 선물하기 위해 서비스를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 플링이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플링의 전신이 된 앱을 제가 만들었는데요. 처음엔 그냥 제가 발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남자들은 보통 영상을 통해 성적 자극을 받잖아요. 저 또한 그런 영상물을 접해 보았지만, 어느 순간 ‘과연 여자들도 이런 걸 보며 즐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남성향 콘텐츠에서는 여성이 가학적으로 다뤄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찾아보니 여성들이 마음 놓고 즐길 만한 섹슈얼한 콘텐츠는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주변 친구들도 그런 콘텐츠를 굳이 찾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요. 인간의 본능인 성적 욕구를 자유롭게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건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청각적 자극에 예민한 여성의 특성에 맞게 오디오를 중심으로 한 성인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면 어떨까 했죠. 찾아보니 영미권에서는 이미 유사한 서비스들이 등장해서 어느 정도 정착해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진행했고, ‘왜 섹슈얼 시장에는 넷플릭스처럼 세련된 브랜딩과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 없을까?’라는 물음을 거쳐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어요.”

- 우리나라는 ‘유교걸’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성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데, 플링이 출시 1년 만에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런 점이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음지 문화로만 여겨져 온 성인 콘텐츠를 양지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패한 경우가 더 많았거든요. 그 이유는 브랜딩에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의 성적 향유를 일탈이 아닌 일상으로 가져올 수 있는 브랜딩을 계속 고민했죠. 보통 섹슈얼한 서비스들이 레드나 핑크 컬러를 주로 사용하는 반면, 저희는 메인 컬러를 민트색으로 설정했어요. 그런 부분부터 시작해서 UI도 OTT 서비스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연상시키는 친숙하면서도 유려한 느낌으로 꾸몄죠. 얼마나 자극적인지를 어필하기보다는 일단 안전하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앱이라는 인상을 주고, 이 안에 당신의 니즈를 충족해 줄 콘텐츠가 담겨 있다는 암시 정도만 주려고 했어요. 성인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은 이런 앱을 설치하는 순간부터 거부감이나 죄책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브랜딩을 통해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자 했고, 실제로 많은 호응을 얻었어요. 최근에 인기를 끌었던 BL 드라마 <시맨틱 에러> 같은 작품도 왓챠라는 대중적인 서비스에서 나왔기 때문에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잖아요. 저희도 우선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또 여성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부터 감수성의 측면을 많이 고민하고, 최대한 여성 이용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성관계 시 콘돔을 착용하는 장면을 꼭 넣는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숏폼 오디오 드라마’ 형식을 전면에 내세운 플링 앱 [사진=센슈얼모먼트]
 ‘숏폼 오디오 드라마’ 형식을 전면에 내세운 플링 앱 [사진=센슈얼모먼트]

- ‘숏폼 오디오 드라마’라는 새로운 형식을 내세운 이유가 있을까요?

“지금 오디오 콘텐츠는 몇 년 전 웹소설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 웹소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것처럼 오디오 콘텐츠도 그런 흐름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계속 새로운 콘텐츠 포맷을 찾게 마련이라, 영상에 지쳐서 소설을 찾았듯이 소설 다음에는 오디오 콘텐츠를 향유하는 흐름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미 해외에서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매우 크게 형성되어 있기도 하고요.

다만 국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가장 큰 한계는 콘텐츠의 길이예요. 팟캐스트나 오디오 드라마 등 시중에 나와 있는 오디오 콘텐츠들의 러닝 타임이 짧으면 1시간에서 시리즈로 가면 수십 시간 단위까지 길어져요. 미국 등 해외에서는 나라가 크니까,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오디오 콘텐츠를 많이 들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이면 가고, 긴 오디오 콘텐츠를 온전히 즐기기 어려운 환경이죠. 그래서 애초에 숏폼에 특화된,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어요.”

- 평균적인 러닝 타임은 어느 정도인가요.

“평균적으로 1화당 20분 정도예요. 1화 만에 끝나면 초단편, 2~3화 정도가 단편, 그 이상으로 가면 중‧장편으로 분류되죠. 20분이라는 시간은 영상 콘텐츠의 숏폼보다는 긴데, 오디오 콘텐츠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 정도가 적절했어요. 같은 내용을 표현할 때 영상보다 오디오가 훨씬 더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대신, 영상만큼 빠르게 배경을 보여 주기는 힘드니까요.”

- 서비스 운영에 있어 어떤 점이 가장 어렵나요?

“오디오 콘텐츠 서비스이다 보니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텐트 안에서의 상황을 그린다면 텐트 지퍼를 내리는 소리, 텐트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텐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 등 매우 다양한 소리가 필요하고, 단순히 사실적인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소리가 어느 쪽에서 들려올지 같은 부분까지 고려해야 해요. 사실 사운드가 좋다는 건 주관적인 영역일 수 있는데요. 저희가 중요시하는 포인트는 오디오 콘텐츠지만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 촉각 같은 다른 감각까지 생생하게 상상하게 하는 거예요. 앰비언스(Ambience)라고 공간이 가지고 있는 소리를 가리키는 개념이 있어요. 어둡고 고요한 방의 느낌, 이불의 촉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소리로 표현해서 몰입도를 높이려고 해요. 사실 초기에는 효과음이 사실적이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는데요. 꾸준한 개선을 통해 현재는 듣는 분들이 진짜 그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고 말할 정도로 좋아졌어요.”

- 잘하고 있는 오디오 콘텐츠를 넘어, 웹소설 등으로 분야를 확장하려는 이유는…

“현재 인기 오디오 드라마 작품인 ‘터치’를 첫 번째 오리지널 웹소설로 론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요. 웹소설과 웹툰이 융합된 플랫폼은 많지만, 아직까지 웹소설과 오디오가 융합된 플랫폼은 없었어요. 앞으로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만큼 콘텐츠 IP 사업의 근간이 되는 웹소설을 첫 번째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같은 작품이라도 오디오 콘텐츠로 풀기 어려웠던 부분을 웹소설로 표현할 수도 있고, 텍스트와 오디오가 상호 보완적 관계로서 더욱 풍성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밖에도 대중적인 종합 로맨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19금 콘텐츠뿐만 아니라 15금 콘텐츠의 비중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하고, 일상물 외에도 시대물, 판타지, SF 등 새로운 시도를 늘려 가고 있어요.”

-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대기업에서도 성인 로맨스 콘텐츠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일어난 흐름이라고 보시나요?

“단순하게 말하면 고객들이 원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실 고객들이 그런 걸 원한 지는 오래된 것 같아요. 최근 소설, 드라마 등으로 흥행한 성인 로맨스 작품들을 보면 15금으로는 이야기가 진행되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요. 로맨스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섹슈얼에 제약이 생기면 독자 입장에서는 불만족스러운 지점이 생길 수 있죠. 리디 같은 플랫폼이 19금 로맨스에서 앞서가면서 전체 이용가 플랫폼을 떠나는 독자들도 생겼고, 그래서 기업들도 고민을 안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렇다 해도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하는 플랫폼에서 이 시장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늘어났고, 시장 자체가 성장했다는 방증이라고 봐요.”

- 플링이 진행하는 광고 캠페인을 보면 성인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기 위한 고민도 느껴집니다. 서비스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이루고 싶은 변화가 있나요?

“우스갯소리로 ‘유교걸’ 같은 말도 하지만 다들 자기만의 판타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그것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성적인 부분에서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소안 2022-10-17 11:02:01
맨날 듣는 어플을 이렇게 기사로 보게 되니 또 반갑네요 ㅎㅎ 항상 응원합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