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당사자가 들려주는 진짜 치매 이야기를 담은 책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문예춘추사)이 출간됐다.
저자 웬디 미첼은 7년 전인 2014년, 58세라는 이른 나이에 치매 판정을 받은 후 우리 사회가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치매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치매 진단 이후에도 ‘삶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치매에 관한 기록을 시작했다.
최근 저자와 같은 ‘젊은 치매 환자’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데, 책에 따르면 치매는 병의 진행이 급속하지 않아 시작과 중간과 끝이 선명한 질환이다. 그래서 그 과정을 이해한다면, 치매 환자가 되었다고 해서 지나치게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또한 저자는 치매가 있어도 삶을 나름대로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면서도 혼자 생활하고 있으며, 아주 작은 것에서도 즐거움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기록’이다.
상세한 기록을 통해 베일에 싸여 있던 치매의 거의 모든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치매라고 하면 보통 기억력의 문제만 생각하지만, 책은 치매 환자의 ‘감각’, ‘감정’, ‘관계’, ‘의사소통’, ‘환경’, ‘태도’ 등 치매를 둘러싼 삶의 모든 영역을 살펴본다.
책에는 우리가 세세하게 알지 못했던 치매에 관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고기를 먹을 때 어느 정도 씹었고, 어느 만큼을 더 씹어야 삼킬 수 있는지를 인지하지 못해 자주 체한다. 이것은 뜨거운 것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뇌가 눈에서 수용한 메시지를 해석하지 못해 시각적으로도 환청, 환영 등에 자주 노출되기도 한다’ 등이다.
거부할 수 없는 사건을 맞닥뜨린 이들에게 어떻게든 최선의 삶을 살 것을 조언하는 저자의 치매 기록은 가슴 뭉클해지는 인간 승리의 기록이기도 하다. 치매 환자뿐만 아니라 치매라는 질병을 두려워하는 모든 사람, 특히 지금 치매 환자의 손을 잡고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어 줄 책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