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파이팅” 세계무대로 진출한 우리말‧우리글
“대박, 파이팅” 세계무대로 진출한 우리말‧우리글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9.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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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은 576돌 한글날이다. 오늘날 한글은 세계무대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에미상에서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6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오징어 게임>뿐만 아니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OTT 드라마와 BTS 등 K팝 아이돌을 앞세운 한류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면서, 우리말과 글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좋아하는 작품의 대사나 가사에 담긴 미묘한 정서를 한국어와 한글을 배움으로써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증명하듯 지난해 이맘때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영어 사전인 옥스퍼드 영어 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 OED)에 한국어 단어 26개가 추가로 등재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옥스퍼드 사전에 우리말이 처음 등장한 1976년 이후 45년간 등재된 전체 한국어 단어의 수(20개)보다도 많은 양이 단번에 등재된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난해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됐던 단어들을 살펴보면, ‘반찬’, ‘불고기’, ‘동치미’, ‘갈비’, ‘잡채’, ‘김밥’, ‘삼겹살’과 같은 한국 특유의 음식이 대거 포함됐다. 반찬(banchan)은 ‘전형적인 한국 식사의 일부로 쌀과 함께 제공되는 야채 등의 작은 반찬’이라고 설명됐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번역가 안톤 허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회’를 그대로 ‘hwe’로 옮기기도 했다.

‘먹방’, ‘치맥’, ‘피시방’처럼 한국인들의 여가 문화가 드러난 신조어와 합성어도 눈에 띈다. 특히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치맥(chimaek)의 등재에 대해, 2014년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연기한 주인공이 끊임없이 치킨과 맥주의 조합인 ‘치맥’을 먹고 싶어 했고, 이로 인해 해당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 치킨 열풍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대박’, ‘파이팅’ 등의 추임새와 ‘애교’ 같은 단어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정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밖에도 해외 유력 언론 등에서는 ‘눈치’, ‘학원’ 등의 우리말을 비슷한 외국어 단어로 대체하거나 풀어 쓰는 대신 ‘nunchi’, ‘hagwon’ 등으로 쓰며 고유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세종학당에서 수강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리투아니아 빌뉴스 세종학당에서 수강생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언니’, ‘오빠’ 등의 호칭은 원래의 의미뿐만 아니라 한류 콘텐츠 팬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부를 때 사용하는 말로도 설명됐다. 콘텐츠의 힘은 한국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거 양산했다. 외국에서 한국어와 한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은 첫발을 내디뎠던 2007년 대비 2022년 현재 전 세계 84개국 244개소로 늘어났으며, 2021년까지 누적 수강생 수는 584,174명에 달한다. 일부 해외 K팝 아이돌 팬들은 한글 가사를 문제없이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인보다 정확한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한국 문화의 영향력 증대가 우리 언어와 문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다시 한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생각보다 더 자주, 더 많이 활용되고 있는 한글. 그 속에는, 너무 익숙해서 자각하지 못했던 우리의 정서와 문화가 다양한 모습으로 녹아 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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