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주년을 맞은 정호승 시인의 열네 번째 시집이 출간됐다. 펴내는 시집마다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될 만큼 시인의 입지는 확고하다. 심오한 고뇌와 성찰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시어로 풀어내는, 한결같이 다정한 목소리 덕분이다. 시인이 보기에 우리 인생은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고”, “증오하기에는 너무 길다”(시 「모닥불」 中).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찾은 한 가지 답은 ‘비움’이다. 우리 마음 본연의 모습인 비어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아름다운 삶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어디로든 떠다니는 ‘새’나, 항상 나누는 삶을 살았던 ‘성 프란치스코’와 같은 비유가 시집 이곳저곳에 배치돼 있다.
■ 슬픔이 택배로 왔다
정호승 지음 | 창비 펴냄 | 192쪽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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