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에게 듣다] 안예은 “쉽지 않고 재미없어도, 가보자고!”
[명사에게 듣다] 안예은 “쉽지 않고 재미없어도, 가보자고!”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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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대체 불가한 카리스마를 지닌 싱어송라이터, 친근하게 일상을 나누는 파워 트위터리안. 그 사이에서 다채로운 스펙트럼으로 사랑받아 온 안예은이 첫 에세이 『안 일한 하루』(웅진지식하우스)를 출간했다. 자기혐오와 우울로 밑바닥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담백한 낙관으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꾸려 가는 인간 안예은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박영환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장은 이 책이 그의 반취약성(Antifragile)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반취약성이란 스트레스, 실패, 불안정성을 맞닥뜨렸을 때 부서지지 않고 오히려 번창하는 성질이다. 똑같이 바람이 불어도 촛불은 꺼지는 반면 모닥불은 더 활활 타오르는데, 이때 모닥불은 반취약성을 지닌 것이다. 취약성과 반취약성은 민감성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인터뷰 중 무심코 “어린이를 좋아하시네요”라고 말하자 안예은은 “음, 그런데 어른을 좋아한다는 말은 안 하잖아요.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어린이와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이라며 곧바로 표현을 고쳐 주었다. 이런 민감성이 책의 저변에 깔려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이에게는 더욱 쉽지 않을 인생을, 덤덤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솜씨 좋게 기워 낸다. 그의 문장이 웃음을 넘어 감동을 주는 이유다.

지난 8일, 첫 책을 낸 안예은을 만났다. 싱어송라이터라는 호칭에 적응하는 데도 수년이 걸렸다는 그는 작가라는 호칭에 적응하려면 또 한참이 걸릴 것 같다며 웃었다.

Q. 『안 일한 하루』, 근래 읽은 에세이 중 가장 재밌었습니다. 첫 책을 낸 소감이 어떠신가요?

“워낙에 책을 좋아하던 사람이었기에 출판에 대한 꿈이 청소년기 때부터 계속 있긴 했는데 막연한 형태였어요. 그래서 사실은 아직 실감이 잘 안 나요. 저한테 되게 큰 의미를 가지는 작업인데 생각보다 일찍 하게 되어서요. 가수 일을 계속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되면, 한 마흔 살 정도에는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살았거든요.

재밌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사실 저는 책에도 썼지만 에세이를 잘 안 읽어요. 어느 정도냐면, 온라인서점에서 보내는 제 책 광고 문자를 아직도 못 받았어요. 제 친구들은 다 캡처해서 축하한다고 하는데… 관심 독자가 아니라고 분류되어서겠죠. 읽지도 않는 사람이 재밌게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그나마 레퍼런스 삼았던 책은 이경미 감독님의 『잘돼가? 무엇이든』이에요. 친구들이 “네가 에세이를 안 읽는 건 아는데, 이거는 읽어라. 진짜 웃기다”라면서 추천해 줬어요. 너무 재밌게 읽어서 그런 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쓰기는 했어요.”

Q. 책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사 쓰기와 엄청나게 많은 차이가 있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거만했습니다. (웃음) 저는 가사를 쓸 때 은유를 즐겨 쓰고, 화자의 의도가 있긴 하지만 ‘선생님들이 들으시는 것도 다 맞습니다’ 하고 던져 놓는 편이기 때문에 그 사이사이의 구멍을 다 채우지는 않거든요. (책은) 논리의 구멍 없이 세세하고 빽빽하게 써야 된다는 게 힘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기부를 했으면 그냥 ‘기부를 했다. 기분 째졌다’ 이렇게 얘기하고 싶은데 어렸을 때부터의 역사를 설명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그냥 저기… 오타쿠였다’ 이렇게 끝낼 수 없으니까요. 이렇게 구조적이고 정돈된 글은 처음 써 봐서, 편집자님께서 정리하는 작업에 많은 도움을 주셨죠.”

Q. 책 제목이 ‘안(예은), 일한 하루’, ‘편안하고 한가로운 하루’, ‘일하지 않은 하루’ 등 여러 의미로 읽히는데, 그 의미가 각 장의 내용과 부합해 절묘합니다. 어떻게 짓게 된 제목인가요?

“그것도 편집자님께서 도와주신 거예요. 저는 곡 제목도 잘 못 지어요. 한 줄로 요약하는 걸 못해요. 그래서 제가 드린 제목 후보들은 다 열 글자 이상이었어요. 자꾸 노래 가사처럼 나오더라고요. 이 제목은 편집자님께서 원래 가제로 붙여 주셨던 제목인데, 나중에 제목 후보들을 놓고 보니까 제일 딱 들어오는 것 같아서 골랐어요.”

Q. 작업실에 오갈 때도 일부러 출·퇴근이라는 표현을 쓴다며, ‘좋아하는 일이어도 일은 일’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일과 조금은 거리를 두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여러 모드의 저로 사는 게 익숙해요. 일하는 예은이도 무대에 올라가는 사람, 방송을 하는 사람, 인터뷰를 하는 사람, 곡을 쓰는 사람이 다 다르고요. 집에 와서도 어머니를 대할 때와 아버지를 대할 때, 친구들도 이 그룹을 대할 때와 저 그룹을 대할 때가 다 조금씩 달라요. ‘출근’ 같은 말은 ‘작업을 하는 예은이’의 스위치를 올리기 위한 방편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을 안 하거든요. 이제 집에서 뒹굴거리던 예은이가 빠지고 일하러 가는 예은이가 투입이 된다, 일이 빨리 끝나야 다시 뒹굴거리는 예은이가 온다, 이런 느낌으로 살고 있어요.”

[사진=최현식 PD]
[사진=최현식 PD]

Q. 좋아한다고 밝힌 유행어 3종 ‘쉽지 않네. 재밌네. 가보자고’는 안예은의 인생 철학을 요약해 둔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삶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것 같은데…

“일단 저는 웃음에 미친 사람이에요. 남을 웃기고 싶다는 욕망이 너무 강하고요. 원래는 훨씬 재미없는 사람이었는데, 대학교 다닐 때 만났던 친구들이 학교에서 가장 웃긴 친구들이었거든요. “너희가 술자리 같은 데서 한마디만 해도 다 뒤집어지는데, 즉석에서 생각해 내는 거냐 아니면 각을 잡고 하는 거냐” 물었더니 술자리의 흐름을 읽고 전략적으로 유머를 던지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확신이 있는 상태에서 시도하는 거라더군요. 당시에 한 6년간 친구들을 관찰하면서 재밌어지는 법을 연구했어요. 그리고 트위터를 10년 정도 했기 때문에 유행하는 말투 같은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 타율이 높은 게 아닐까 싶어요.

힘든 얘기를 할 때도 ‘어떻게 해서든지 저 사람들이 난감해하는 표정을 보고 싶어’라는 생각을 해요. 힘든 얘기인데 웃기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웃어도 되나’ 하는 표정을 짓는 게 너무 재밌어서요. 그러다 보니까 좀 쉽게 넘길 수 있게 되고, 이게 방법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힘들고 무거운 일일수록 더 과장되게, 웃기게 얘기하는 것 같아요.”

Q. 음악인 안예은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상상력과 깊은 감정을 건드리는 호소력으로 유명한데, 책에서는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생활인의 면모가 두드러져서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갭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대 초중반엔 소위 ‘미쳐 있는 예술가’ 그런 느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되는 대로 살았고요. 그런데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라곤 할 수 없겠지만, 제게는 그게 오랫동안 예술을 할 수 있는 길은 아니었어요. 지금은 건강하게 살려고 운동도 하고, 사소하지만 노력을 많이 하죠.”

Q. 생활인 안예은이 음악인 안예은을 뒷받침해 준다는 느낌인가요.

“맞아요. 일단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어 놔야 계속 창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우울증 치료 초반에는 감정이 옛날만큼 밑으로 안 내려가니까, 작업을 위해 일부러 약을 안 먹을 때도 있었는데요. 그래도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그냥 그쪽 영역을 버렸어요. 처음에는 ‘나 이제 곡 못 쓰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신기했던 건, 우울증 치료를 받은 후에 음악이 훨씬 능동적으로 변하더라고요. 치료 전에 썼던 노래 가사 속 화자들은 힘든 상황이 오면 ‘어떡해’ 이러고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면, 치료 후에 쓴 노래에서는 확실히 ‘나가자’, ‘해 보자’ 이런 성향이 강해졌어요. 그런 식으로 다른 색깔의 음악이 써지는 경험을 하면서 굳이 그렇게 밑바닥의 감정만으로 곡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느꼈어요.”

Q.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는 김연아의 명언이 삶의 신조라고 밝혔는데, 사실 그런 상태에 도달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냥’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잡생각을 하지 말자는 거예요. 각종 미사여구를 붙이지 말고, 앞뒤 자르고 ‘일을 한다-일이 끝났다’ 이렇게만 생각하자는 거죠. ‘이러이러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한다’가 아니라 ‘그냥 해야 되니까 한다’는 식으로요. 시간이 걸리는 일이긴 하지만, 이 방법이 맞아떨어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저는 어떤 일이 됐든 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대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일을 정말 100%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 대부분은 회사 가기 싫어하고, 과제 하기 싫어하고 다 하기 싫죠. 그러니까 그냥 하는 게 중요해요. 어쨌든 하면 무언가 돼요. 김연아 선수님 외에도 가수 태연님, 배우 박은빈님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시는 ‘짤’(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 돌았잖아요. 그런 걸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그냥 시간을 버리는 거랑, 입으로는 하기 싫다고 해도 하려고 하는 거랑은 천지 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작업실에 가서 한 30분 일 안 하고 앉아 있는 것도 그 일의 일환이에요. 그리고 만약 하루를 다 버렸다고 해도 자책하지 말고 ‘어쩔 수 없지. 오늘 하면 되지’ 이렇게 받아들여야 해요. 때로는 ‘쉽지 않네. 재밌네’가 안 되고 ‘재미없어!’라면서 울상을 짓게 되더라도. 어쨌든 처음의 의지를 기억하면서 계속해 나간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책에서 이것만은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저는 저만의 방법으로 병과 콤플렉스를 어느 정도 극복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방법이 안 맞을 수도 있어요. 이걸 정답지처럼 여기고 ‘나는 왜 저렇게 못 할까’, ‘난 역시 안 돼’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마음가짐을 바꾸고 의지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무 근육도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20kg짜리 덤벨을 들 수는 없잖아요. 정신의 기초 체력, 정신의 근육이 없는 분들이 뭔가를 시도했다 실패했다고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래서 일단 치료를 받아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를 만들었던 거고요. 그렇게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사람들이 병원에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적절한 치료를 받아서 초석을 깔아 놓은 다음에 의지의 문제로 접근하는 게 조금 더 안정적인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약물 치료 없이 상담만으로 도움을 받는 분들도 많아요. 제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자기한테 맞는 치료법을 찾으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보고 ‘나도 일단 해 봐’ 하고 부딪쳤는데 떨어져 나왔다면, ‘내가 아직 근육이 없다. 상담 센터든 정신과든 가서 근육을 만들어 놓고 다시 해 보자’ 이렇게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우울증, 흉터 등 사회적으로 치부로 여겨지는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약자나 소수자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안예은에게 대중적 영향력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어느 단체에 기부를 하든 드러내며 하는 편이에요. 저도 연예인분들이 기부하시는 걸 보고 몰랐던 단체들을 알게 되고, 그래서 기부나 정기 후원을 하게 된 적이 있어서요. 최근에 수해나 작년 산불 피해가 있었을 때,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났을 때 기부를 했는데 그런 걸 SNS에 올리면 감사하게도 따라서 기부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선천성 심장 질환 때문에 인연이 있는 한국심장재단에도 기부를 했는데, 팬분들도 매년 생일 선물로 심장재단에 기부한 기부증을 주시곤 해요. 그런 쪽으로 영향력을 쓸 수 있다는 건 되게 좋죠. 셀럽분들은 억 단위 기부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기도 하잖아요. 처음에는 ‘나도 저렇게 나중에 밝혀져야 하나’ 싶었는데, 좋은 일은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덩달아서 기부해 주시는 분들도 생기니까 다 소문을 내면서 하게 됐어요.”

Q.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약자나 소수자 이슈 관련해 추천해 주실 만한 책이 있을까요.

“『어린이라는 세계』요. 유명한 책이라 이미 읽으신 분들이 훨씬 많을 것 같지만요. 저는 어린이와의 접점이 거의 없는 사람이고, 왜인지 어린이들이 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잘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사진=최현식 PD]

Q. 활자 중독을 자처할 정도로 책을 좋아하시고, 주위에 책 추천도 잘 해 주신다고요.

“요새는 친구들이 잘 안 물어봐요. 메신저로 ‘책 추천 좀 해 줘’ 하면 ‘조금만 기다려 봐’ 이러고 저 혼자 30분 동안 고민해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거든요. 그 상황을 겪은 친구들은 두 번 다시 물어보지 않아요. (웃음) 요즘 무슨 책 읽는지도 절대 안 물어봐요.”

Q. 요즘은 무슨 책을 읽으시나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2권을 읽고 있어요. 제대로는 처음 읽는 거예요. 청소년기에 권장도서로 나오는 축약본으로 봤던 기억은 있는데 그땐 거의 일본 문학만 읽었고, 서양 고전은 에드거 앨런 포 말고는 읽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취향이 너무 편중돼 있어서 장르를 다양하게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제인 오스틴은 정말 취향에 안 맞고, 『폭풍의 언덕』 쪽이 취향인데요. 그래도 세상에 좋은 책은 많으니 다양하게 읽으려고 하죠.”

Q.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던 특성을 부모님께서 잘 살려 주셔서 청소년기에도 책을 되게 많이 읽었어요. 사실 그렇게 도움이 되는 책을 읽은 것 같지는 않아요. 일본의 음습한 추리 소설 같은 걸 많이 읽었는데 지금 다시 읽으면 ‘이런 걸 읽었다고?’ 싶은 것도 많아요. 남성 작가의 욕망이 과도하게 투영된 책이라든지요. 부모님이 거기까지는 터치를 안 하시고, 공부 안 할 거면 책이나 많이 읽으라고 그냥 놔두셨죠. 그 덕분에 흥미를 잃지 않고 지금까지도 책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아무리 저급한 소설도 그걸 읽는 경험은 분명 제게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거예요. 똑같은 주제로도 작가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배웠고, 생전 처음 보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요.

책을 많이 읽으면 무엇보다 어휘 선택의 폭이 넓어져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요. 제가 친구들한테 자주 하는 얘기는, 슬픔이라는 하나의 감정을 두고도 ‘슬프다’고도 할 수 있고 ‘괴롭다’고도 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진짜 많잖아요. 그러니까 읽으라고 해요. 먼저 나서서 얘기를 하진 않고요. 가까운 친구들이 자기가 쓴 가사 등을 보여주고 조언을 구하면 하죠. 그리고 술을 많이 먹어도 그런 이야기를 해요. 제 술버릇이 그거예요. ‘요즘 애들은 말야, 어?’ 이런 말투로 책 읽으라고… 그러면 이제 집에 가야 돼요. (웃음)”

Q. 안예은에게 책이란.

“진시황의 보물 같은 거요.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무덤까지 갖고 갔잖아요. 케이틀린 도티라는 장의사 작가의 에세이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을 읽으면서 틀에 박히지 않은 재밌는 장례식을 상상하게 됐고, 책을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어요.”

여전히 행복이란 나에게 거대한 것이다. 그리고 알코올, 카페인, 책이 공존하는 그 여유로운 시간도 나에게 커다란 것이다. 만들기도 유지하기도 힘들지만 어쨌든 행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게 나에게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었다. 책 덕분이다. 나의 관 속에는 나의 책들이 함께 들어갈 것이다. 아, 요새는 화장을 많이 하지. 그러면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중고 거래권을 넘겨주겠다. 그 옛날 욕심쟁이 왕들처럼 내 재산을 저승에까지 아득바득 들고 가고 싶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사 모은 책들을 내 몸과 같이 태운다는 건 생각만 해도 속상해서 이상한 표정을 짓게 된다. - 본문 中

Q. 관 속까지 가져갈 책을 골라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실 건가요.

“다 가져가고 싶지만, 골라야 한다면 버지니아 울프 전집… 이랑 박완서 전집, 대프니 듀 모리에 전집, 코니 윌리스 전집. 이렇게 가져가겠습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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