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젊은 직장인들이 열광하는 ‘조용한 그만두기’
美 젊은 직장인들이 열광하는 ‘조용한 그만두기’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9.1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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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젊은 직장인들 가운데 ‘조용한 그만두기(Quiet Quitting)’ 열풍이 불고 있다. 틱톡 등 SNS에서는 젊은 직장인들이 단 ‘Quiet Quitting’이라는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름만 들으면 마치 퇴사의 한 방법처럼 느껴지지만, 본뜻은 정해진 업무 시간과 범위에서만 일하겠다는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사생활보다 일을 더 중시하고 심지어 초과근무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허슬 문화(Hustle Culture)’와는 정반대 되는 개념이다. 미국의 구인사이트 레주메 빌더의 조사에 따르면 35~44세 근로자의 25%는 ‘조용한 사직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조용한 그만두기를 실천하는 이유로는 젊은 세대가 ‘번아웃’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산업 지형의 극적인 변화와 대퇴직,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젊은 노동자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한 환경에 놓인 탓이라는 것이다. 미셸 헤이 세지윅 CPO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조용한 그만두기에 관해 “단순히 경계를 긋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이는 팬데믹의 끝에서 다수가 경험하고 있는 피로와 절망의 감정을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의 조용한 그만두기는 한국인에게 크게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이 탄생하면서, 일에 목매어 살지 않겠다는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했다. 하지만 둘의 양상은 조금 다르다. 한국의 워라밸은 ‘과로 방지’와 ‘균형’이 중심이지만, 미국의 조용한 그만두기는 커리어 발전에 대한 포기에 가깝다.

따라서 한국이 이미 비슷한 유행을 경험했다고 해서 남일 보듯 안심할 수는 없다. 자발적인 이유라면 몰라도 사회적인 요인으로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은 개인이나 사회에게 해가 된다. 과로로 인한 번아웃은 사라져야 할 대상이지만, 일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살아 있어야 한다.

해결책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조용한 퇴직자의 개인적인 노력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업의 동기부여 대책도 있어야 한다. 대만 직장인의 네덜란드 직장 체험기 『소처럼 일하지 않습니다』는 이런 점에서 참고할 만한 책이다. 비즈니스 사이트 링크드인(Linked In)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네덜란드의 노동 만족도는 세계 1위이다. 책에 따르면 이들은 직장에 내 몸을 갈아 넣지 않으면서도, 일을 즐거워 한다. 즉, 그들에게 일이란 삶의 이상을 실현하는 수단이다.

이는 네덜란드만의 독특한 업무 문화 때문에 가능했다. 네덜란드의 직장 문화는 ‘자발성’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데, 직원들은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자발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상사는 직원들의 의견을 끊임없이 물으며 토론한다. 특히, 관리자는 직원들과 소통하며 격려와 긍정적인 피드백을 남긴다는 점이 인상깊다.

저자 린자오이는 “칭찬과 격려는 책임감이나 돈 때문에 억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를 하듯 일하게 만든다”며 “허허벌판에 화려한 도시를 세우는 부루마블 게임처럼 일을 해서 성과를 거두고 벅찬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전한다. 이어 “일이 즐거운 놀이가 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특성이 더해져, 설령 실패해도 좌절감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덧붙인다.

오늘날 조용히 그만두기가 발생한 원인은 표면적으로는 ‘번아웃’이지만, 그 심연에는 ‘불안’이존재한다. 회사가 직원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그들을 칭찬한다면 상황은 변하지 않을까. 린자오이는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문화 속에서 직원들이 자기 재능을 발휘하며 자발적으로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가”라고 물으며, “그렇다면 직원들에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듣고 싶다고 반복해서 얘기하라. 그들이 다른 의견을 말한다고 해서 나쁘게 평가하지 않을 것임을 계속해서 강조하라”고 조언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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