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작” 초등학생들의 위험한 유행, 이유는?
“나는 실패작” 초등학생들의 위험한 유행, 이유는?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9.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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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패작’ 영상. 초등학생들이 직접 출연해 침대, 미끄럼틀 등에서 떨어지는 시늉을 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패작’ 영상. 초등학생들이 직접 출연해 침대, 미끄럼틀 등에서 떨어지는 시늉을 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극단적 선택을 연상시키는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를 비슷한 양식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는 놀이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유튜브, 틱톡 등의 동영상 플랫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해당 영상 속 아이들은 일본 노래 ‘실패작 소녀’(失敗作少女) 가사에 맞춰 머리를 쥐어뜯는 등 괴로움을 표현하다 “나는 실패작이라서 필요 없는 아이래”라는 가사에 맞춰 화면 밖이나 침대 위로 몸을 던진다. ‘실제로 떨어졌습니다’와 같이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 영상도 있다.

영상을 재생해 보면 대부분 장난스러운 뉘앙스지만, 아무리 유머 콘텐츠라 할지라도 이로 인해 아동‧청소년이 극단적 선택을 가볍게 여기게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초등학생들이 이토록 위험한 콘텐츠에 열광하고, 이를 따라하며 퍼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 밈 문화를 분석한 책 『디지털 문화의 전파자 밈』(한울)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실패작’ 영상은 하나의 인터넷 밈(인터넷을 통해 패러디되고 변조되며 퍼지는 문화 요소)이다. 밈(meme)이란 1976년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본래 유전자처럼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서 전승되는 다양한 문화 요소를 뜻했으나, 현재는 주로 유행하는 인터넷 글이나 이미지, 영상 등을 가리키는 좁은 의미로 사용된다. 저자는 인터넷 밈 문화를 통해 새롭게 부각된, 보다 적극적으로 밈의 확산을 주도하는 개인의 역할에 주목한다. “어째서 많은 사람들은 의욕에 넘쳐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둔 비디오와 이미지를 다시 창작하려고 하는 것일까? 밈을 복제하는 활동의 잠재적 이득은 무엇이고,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경제적 측면에서 밈은 관심경제에 기반을 둔 현대 사회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인 관심을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기업이 제작하는 콘텐츠는 이미 인지도가 있는 인물을 앞세워 큰 관심을 얻는 반면 개인의 콘텐츠는 그러기가 어려운데, 인기 있는 밈에 편승하면 손쉽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추상적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튜브에 이미 성공적인 반응을 얻은 영상과 유사한 영상을 올리면 관련성 높은 콘텐츠로 분류돼 검색 결과에 함께 뜨고, 원본 영상 시청자에게도 추천된다. 이른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인터넷 밈 문화에는 사회적 논리도 작용한다. 개인주의가 강화되는 시대에 사람들은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는 동시에, 유대감을 갈망하며 사회적 네트워킹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밈 영상을 제작하는 일은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하게 해 준다. 스스로 찍고 편집한 영상으로 창조성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유튜브 같은 거대하고 느슨한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있음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밈은 이제 “‘참여문화’를 떠받치는 기둥”으로서 “21세기에 발생한 사건들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한편, 하필 극단적 선택을 유머 소재로 다루는 충격적인 밈에 많은 초등학생이 공감하며 동조한 현상은 그들이 처한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 청소년(9~24세) 사망 원인 1위는 10년째 자살이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실시한 ‘2021년 아동 권리 인식조사’에서 아동‧청소년(만 10세~만 18세)에게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묻자, 5명 중 1명(18.6%)이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학업 부담이나 성적 등 학업 문제’(33.9%)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결론적으로 밈은 인터넷이 삶의 기반이 되고, 관심이 최대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문화적 현상이다. 다만 꿈과 희망 속에서 자라나야 할 아이들이 온갖 스트레스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해치는 일을 놀잇거리로 여기는 현상만큼은 개선돼야 한다. 아이들의 부적절한 밈을 비판하기에 앞서, 그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어른들이 선행해야 할 과제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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