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이것’ 알면 육아가 편해진다
아이의 ‘이것’ 알면 육아가 편해진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9.1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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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육아는 참고할 정보가 너무 많아서 어렵다.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더라’는 조언과 훈수가 인터넷에 넘쳐난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도 모든 아이에게 똑같은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한다. ‘금쪽이’가 계속해서 생기는 이유다.

신간 『차일드 코드』(알에이치코리아)는 발달심리학자가 쓴 육아 책이다. 저자는 자신 역시 아이를 키울 때 수많은 육아 조언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다고 고백한다. 그의 아들은 38개월까지 기저귀를 차고 다녔다고 한다. 어린이집 영아반에서 유아반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배변 훈련이 필수였기에 날이 갈수록 초조함이 더해졌다. 주위에서는 변기를 쓰면 상으로 과자나 아이가 좋아하는 특별한 보상을 줘 보라고 말했지만, 이 아이에게는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문제는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지 못한 데 있었다. 이 아이는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어 하는 기질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어떤 방법을 쓰든 간에 자신에게 억지로 시키려고 하면 기를 쓰고 거부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저자는 배변 훈련에 대해 말하는 걸 그만뒀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아이는 몇 주 안에 스스로 변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육아에 보편적인 해답이 있다고 믿지만, 이는 아이의 성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유전적 기질을 배제한 잘못된 생각이다. 저자는 “의학이 개별 맞춤 치료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듯, 이미 많이 늦었지만 육아에도 그와 같은 개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질에 따라 다른 육아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기질을 모르면 엉뚱한 방법만 계속해서 사용하며 서로 괴로워진다.

기질을 결정하는 주요한 세 가지 요소는 외향성, 정서성(불안과 걱정, 두려움에 취약한 정도), 그리고 통제 능력이다.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기질은 없지만, 대체로 외향성이 낮거나, 정서성이 높거나, 통제 능력이 낮은 아이들이 생활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의 기질 이해를 통해 타고난 강점은 강화하고, 취약점은 보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면 아이와의 갈등도 덜고, 아이의 잠재력도 키워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아이들은 가정 안팎에서 쉽사리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쉬운데, 관심을 못 받거나 인기가 없어도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주변 환경이 너무 자극적이라고 느낄 때 조용히 재충전할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향적인 아이들 중에는 자신에게 언제 그런 시간이 필요한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 많은 파티 같은 장소에서 아이가 힘들어 보인다면 바로 집으로 데려가기보다는 잠시 바람을 쐬자고 제안해, 몇 분이라도 그 상황에서 거리를 두면 마음의 배터리가 충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면 좋다.

아이의 기질과 더불어 나의 기질에 대한 이해도 반드시 필요하다. 오은영 박사가 자녀와의 갈등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인기 방송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 ‘금쪽이’로 출연한 아이들은 주로 양육자와 서로 다른 성격, 사고방식 때문에 마찰을 빚는다. 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도 어떤 기질을 가진 보호자와 있느냐에 따라 ‘금쪽이’가 되기도, 전혀 문제없는 아이가 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서로의 기질을 존중하면서 공존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가령 내향적인 기질을 지녀 외향적인 아이와 놀아 주는 것이 힘들다면, 아이만 참여해도 되는 활동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책에는 아이의 기질을 전반적으로 알 수 있는 검사지도 함께 수록됐다. 이 책에서 말하는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유전적 기질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나아가 타고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다. 아이를 비롯해 모두가 힘들어지는 전쟁 같은 육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혹은 나와는 너무 다른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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