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부자 나라’ 살면서도 왜 불행할까
한국인, ‘부자 나라’ 살면서도 왜 불행할까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9.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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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우울증 유병률 1위.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시대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물질적 풍요가 사람들을 전보다 행복하게 만든 것 같지는 않다. 세계적인 석학으로 손꼽히는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동서양의 고전을 통해 행복의 비밀을 파헤친 신간 『바른 행복』(부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책에 따르면, 부유함과 행복은 중산층 이상부터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당장 먹고 입고 잠자는 것을 걱정해야 할 만큼 가난할 때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도 있지만, 일단 그 문제에서 해방되어 중산층으로 진입하고 나면 부유함의 정도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사람들은 ‘적응의 원칙’에 의해 최근까지 익숙해져 있던 상태를 기준으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가진 것들은 당연하게 여기고, 계속해서 지금 가지지 못한 것을 선망한다.

부처의 전설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발견할 수 있다. 북인도를 다스리는 왕이었던 부처의 아버지는 아들이 궁궐을 떠나 살게 되리라는 예언을 듣고, 애초에 참혹한 바깥세상과 단절시켜 아들의 궁궐 이탈을 막고자 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공주와 후궁들로 둘러싸인 부족함 없는 왕궁 생활에조차 익숙함에 염증을 느낀 부처는 기어코 세상 밖으로 나선다.

궁궐 밖에서 노인과 병자, 시체 등을 통해 노화와 병, 죽음이라는 인간 운명을 마주한 왕자는 그대로 왕궁을 떠나 깨달음을 향한 여정에 오른다. 그렇게 얻은 깨달음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불교의 가르침이다. 삶은 고통이며, 삶에 관한 모든 집착을 완전히 버리는 것만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것. 그러나 저자는 부처가 얻은 깨달음의 밑바탕에는 삶의 당연한 부분인 괴로움을 처음 마주한 이의 과민 반응으로 인한 오류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만약 부처가 자신이 불행할 거라 지레짐작했던 이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 봤다면 생각이 달라졌으리라는 것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비스와스 디너가 전 세계를 돌며 스스로 생각하는 삶의 만족도를 인터뷰한 결과, 노인과 병자를 비롯해 일반적으로 불행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조건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삶을 나름대로 의미 있게 여겼다. 캘커타 빈민가에서 성매매를 하며 궁핍하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만족도는 같은 지역 여대생보다는 낮았지만, 그래도 중간 이상이었다. 이들은 고통 속에서도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 등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있었다. ‘적응의 원칙’이 행운이 아닌 역경에도 적용된 것이다.

부처가 남들이 모두 선망하는 부유한 생활에 적응해 거기서는 아무런 의미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처럼,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인 부유함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적응의 원칙’에 따라 희미해진다. 심지어 “우리가 끌어모은 부는 우리의 기대만 높일 뿐”인데, 우리는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계속해서 “쳇바퀴에 올라탄 햄스터처럼” 더 많은 부를 원하며 달리게 된다. 이러한 쳇바퀴 돌리기는 허무할 뿐이다.

그렇다면 삶의 물질적 조건과 상관없이 행복을 느끼는 비결은 무엇일까.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값지다고 느끼는 상태는 바로 ‘몰입’(flow)이었다. 이때의 몰입이란 자신의 능력치에 맞는 어떤 작업에 완전히 몰입해 별다른 노력 없이도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몰입에는 명확한 도전 과제와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 매 단계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즉각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노래하는 중간 중간 틀리지 않고 고음을 낼 때”, 그림을 그리며 “제자리에 딱딱 붓이 지나갈 때”, 또는 “그저 친구를 만나 신나게 떠들 때”와 같은 순간에 우리는 몰입의 희열을 느낀다. 자신에게 맞는 주기적인 몰입 활동을 통해, 우리는 ‘행복한 삶’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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