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는 색다른 관점, ‘NASA 위에 인류 역사’
달을 보는 색다른 관점, ‘NASA 위에 인류 역사’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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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올해 말 달 궤도 도착을 목표로 순조롭게 비행하고 있는 가운데, ‘방구석 달 탐사’라는 부제를 내세운 책이 출간됐다. ‘문과 감성’과 ‘이과 감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SF 작가 곽재식의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동아시아).

인류가, 또 한국이 달에 가려는 이유는 무궁무진하지만, 이 책은 이미 많이 조명된 달 탐사의 과학적, 경제적 의의를 넘어 문화적 의의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본격적인 달 탐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달은 인류에게 다양한 의미를 지녔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은 인물들이 ‘은빛 활’ 같은 초승달이 뜨는 날 결혼하기로 했다는 대사로 시작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달빛은 사랑의 긍정적인 상징으로 쓰인다. 한편 이 희곡에는 “나뭇가지를 짊어진 사람”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지금 우리가 달의 무늬를 보고 떡방아를 찧는 토끼를 상상하듯, 중세 유럽에서는 나뭇가지를 짊어진 사람의 모습을 상상한 것이다. 이 사람은 일요일에도 일을 한 벌로 달에서 영원히 나뭇가지를 지고 있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옛 문화에서도 달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저자는 신라가 ‘달의 왕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달을 특별하게 여겼다고 전한다. 신라의 궁궐터 경주 월성(月城)이나 과거 안압지라고도 불렸던 동궁 근처의 연못 월지(月池)의 이름에 달(月)이 들어간 것만 보아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월성은 그 지형도 초승달 모양인데, 단순히 지형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 리는 없다. 궁궐의 이름이나 궁궐터는 국가적 의미를 담아 정하기 마련이다.

조선시대 과거 시험에서 무려 아홉 번이나 장원을 차지했다고 알려진 율곡 이이의 시험 답안을 묶은 『천도책』은 조선시대에도 우주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이이는 세상 모든 것을 음양의 조화로 보고, 월식은 음기의 덩어리인 달을 양기의 덩어리인 해가 가려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은 비록 우리의 현재 상식과는 어긋나지만, 시대적 한계를 감안하면 상당한 통찰력이 느껴진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달을 보며 달의 여신을 떠올린 것에 비하면, 이이가 달을 보며 떠올렸던 생각은 현대의 우리가 달을 보고 떠올리는 생각과 어느 정도 닮은 점도 있다”는 점을 짚는다.

허난설헌이라는 호칭으로 잘 알려진 조선의 여성 시인 허초희는 「광한전백옥루상량문」이라는 글에서 신비로운 달나라 궁궐의 풍경을 상상해 묘사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제는 허초희처럼 상상 속에서 달나라를 여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달에 관광을 갈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 우리가 다음 세대 어린이들에게 정말로 달의 들판을 구경하게 해 줄 수 있다면, 그때에는 어느 때보다도 바람과 달에 대해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계속될 달 탐사를 위한 노력은 미래 세대에게 달에 관한 새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다누리가 성실하게 달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이 흥미로운 가이드북과 함께하는 ‘방구석 달 탐사’로 달 탐사에 대한 시야를 넓혀 보면 어떨까.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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