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흔하다는 ‘기후 우울증’, 대처법은?
요즘 흔하다는 ‘기후 우울증’, 대처법은?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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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 위기입니다.’ 세상을 초토화할 기세로 쏟아지는 비에 과거 한 환경단체가 캠페인에 사용했던 문장이 새삼 사무쳤다.

최근 ‘두 번째 장마’ 같은 폭우가 며칠간 이어지며 심각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았다. 이례적인 폭우는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몇 년 사이 세계 곳곳에서 급격하게 늘어난 강수량으로 인한 수해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수증기의 양, 즉 비의 양이 많아질 뿐 아니라 기상 이변의 발생 빈도도 높아진다고 분석한다. 우리는 현재 폭우뿐만 아니라 폭염, 가뭄, 산불 등 다양한 기상 이변을 어느 때보다 일상적으로 겪으며 살고 있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후 위기는 이제 우리의 정신 건강마저 위협하기 시작했다. ‘기후 우울증’이란 말 그대로 기후 문제 때문에 심한 불안, 상실감, 분노 등에 시달리는 것을 뜻한다. 공황 발작, 식욕 감퇴, 조급증, 불면증과 같은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아직 공식적인 정신질환 분류가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에 빠졌듯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 기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과거 기후 우울증으로 식음을 전폐했다고 알려졌다. 기후 우울증은 특히 기후 위기로 미래를 빼앗겼다고 인식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서 흔하게 나타난다.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 지구적 규모의 협력이 필요한데도 국제사회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영국에서는 출산 파업(Birth Strike) 운동도 생겨났다. 뾰족한 기후 위기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것. 올해 초 시사인 설문 조사 결과, 한국에서도 출산 파업에 동참하겠다는 20대 여성 비율이 33.5%에 달했다.

기후 위기로 인해 일상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할 정도로 비관에 빠지는 것은 비이성적인 과잉 반응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책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양철북)에서는 기후 변화가 앞으로 우리의 생존에 가할 위협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반응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기후 우울증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압도적인 기후 문제 앞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과 분노, 상실감을 다스릴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설득을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면 궁극적으로 기후 우울증의 원인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고 내다본다. 기후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데이터보다 개인적, 감정적 차원의 접근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과학적 사실만으로는 대중의 합의를 끌어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기후 위기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이미 익숙하기에, 어떤 사람들은 전혀 경각심을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은 거대하고 추상적인 위험보다 나의 이익과 맞닿아 있는 위험, 또는 주변인들이 주목하는 위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맞서 행동하게 하고 싶다면, 기후 위기를 개인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감정을 자극하는 대화법이 필요하다. 저자는 어느 날 TV에서 자신의 아이와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이 거리에서 기후 변화 대응 촉구를 위한 결석 시위를 벌이는 장면을 본 뒤부터 기후 문제를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그 순간이 어떤 과학적 지식을 접했을 때보다 삶에 실질적 변화를 불러왔다고 고백한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사명감이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기후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은 기후 위기가 내가 사랑하는 대상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그 대상은 사람, 사물, 동식물, 특정한 지역 등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저자는 “기후 변화는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걸 바꿀 수 있기에 두려운 대상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기후 변화를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과 연결 지을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할 때는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상대의 관심 대상을 놓고, 암울한 미래 전망보다는 그 관심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연구에 따르면 환경친화적 의사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부심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죄책감이나 수치심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 이러한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일은 기후 위기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생기는 각종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며,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행동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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