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세상은 철저히 관계망으로 구성된다. 어디까지가 내 책임이고, 혹은 다른 이의 책임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실패의 책임 원칙은 내가 잘못했을 때만 내가 책임을 진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그리고 내가 한 일은 없는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도 전혀 받지 못했는데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결과에 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쉽게 동의할 수 있겠는가? 내가 잘못한 만큼만 책임을 져야 한다.<31~32쪽>
게임의 참여를 내가 결정했을까? 아니다. 등 떠밀려 참여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데 나도 참여했을까? 아니다. 대부분 주어진 규칙일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의 규칙에 전적으로 동의했을까? 이해하고 동의한 경우도 있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동의하거나 다 이해하지 못한 채 뛰어든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이것도 나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보편적인 목표, 보편적인 규칙, 보편적인 제도는 존재한다. 그 보편성을 전적으로 수용해야만 할까. 그건 아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나는 하늘 아래 가장 귀한 존재다. 내 삶의 방향과 목표와 노력은 전적으로 내가 결정한다. 그래서 인생을 경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47쪽>
인생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축적이다. 마치 모자이크처럼 실패와 성공이 교차해 가며 나의 본 모습을 그려 나간다. 그런데도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하나하나의 행위와 그 결과에 집착하고, 조급증에 빠진다. 실패는 의무이자, 권리이자, 자유임에도 누군가는 실패라는 족쇄, 성공이라는 강박에서 살아간다.<87~88쪽>
넘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일어날 수도 있다. 넘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어서는 것은 본능이자 인간의 본질이다. 때로는 조건반사적으로 일어나자. 얼마간의 숙려를 거쳐 일어나도 충분하다. 결코, 늦지 않다.<102쪽>
[정리=전진호 기자]
『실패를 해낸다는 것』
최재천 지음 | 민음인 펴냄 | 256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