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을 피하려면 ‘정찰병’의 관점으로 생각하라
확증편향을 피하려면 ‘정찰병’의 관점으로 생각하라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8.0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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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은 인간은 누구나 ‘확증편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확증편향은 사전적으로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즉, 믿고 싶은대로만 믿고 자기 마음에 드는 정보만을 수집해 결과적으로 자기기만에 빠지는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다.

드레퓌스 사건은 인간이 ‘확증편향’을 갖고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 1894년 유대인 출신의 프랑스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는 독일에 군사기밀이 담긴 문서를 팔아넘겼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강하게 결백을 주장했지만, 군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같은 해 말에는 유죄 판결을 받아 대서양 건너 ‘악마의 섬’이라는 곳에 유배됐으며, 군중들은 그곳으로 이송되는 드레퓌스를 보며 “유대인을 죽이자”고 고함쳤다. 분위기로 보아 알 수 있듯이 당시는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드레퓌스가 범인이라는 주요 근거는 소문과 필적이었다. 프랑스 군부에서 드레퓌스를 조사할수록 미심쩍은 정황이 드러났는데, 그가 특정 장소를 얼쩡거리며 사람들에게 캐묻는 모습을 봤다거나, 독일 황제를 찬양했다는 소문이 증거로 채택됐다. 또한 프랑스 군부는 문제가 된 문서의 필적과 드레퓌스의 필적을 대조해본 결과 둘의 필적이 비슷했다는 것을 결정적인 단서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후일 드레퓌스는 무죄임이 밝혀졌다. 진짜 용의자는 페르디낭 에스테르하지. 문제가 된 문서의 필적이 페르디낭의 것과 더 일치했음이 조르주 피카르 중령에 의해 밝혀졌다. 사실은 이러했다. 드레퓌스 사건을 맡은 수사관들은 필적 조사 당시 두 명의 전문가에게 감정을 요청했는데, ‘일치한다’고 단언한 전문가 한 명의 의견만 채택했다. ‘확실치 않다’고 말한 나머지 한 명은 그가 유대인의 영향력이 큰 프랑스 은행에서 일한다는 이유 때문에 신뢰하지 않았다. 결국, 드레퓌스를 조사했던 수사관들의 논거는 반유대주의에 기초한 ‘심증’ 밖에 없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재밌는 점은 드레퓌스 사건의 진상을 밝혔던 피카르 역시 유대인을 싫어했던 반유대주의자였다는 것이다.

책 『스카우트 마인드셋』의 저자 줄리아 갈렙은 드레퓌스 사건을 통해 드러난 두 가지 인간상에 주목한다. 그 둘은 ‘전투병’과 ‘정찰병’이다. 저자는 수사관들은 전투병이며, 피카르는 정찰병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전투병과 정찰병은 어떻게 다를까. 저자에 따르면 전투병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요새를 방어하는 사람이다. 이때 요새는 바로 자신의 신념이다. 신념을 지켜야 하는 전투병은 오직 그것을 침해하지 않는 정보만을 수집한다. 가령, 유대인을 혐오하는 반유대주의자에게는 유대인에게 불리한 정보만을 수집하는 것이다.

반면, 정찰병에게는 신념이 우선이 아니다. 그의 임무는 지도에 표시된 이동 경로가 안전한지, 또한 적에게 취약한 면은 어디인지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길을 탐험해야 하는 정찰병의 입장으로서는 어떤 돌다리든 두드려봐야 한다. 그들에게 있어 신념보다는 확실한 사실이 더 중요하다. 설령 진실이 신념에 위배되더라도 말이다. 훗날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피카르는 무죄를 밝히기 위해 얼마나 애썼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제 임무”라고만 짧게 답했다.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법이다. 그러나 바야흐로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는 자신이 ‘전투병’인지 ‘정찰병’인지 한번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자기기만의 유혹에 저항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달갑지 않은 진실이라도 이를 직시하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아는 것은 큰 힘이 된다”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이해하고 현실적인 성공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평정심이 생긴다”고 조언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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