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창작 이론을 재정립한 <창작문예수필이론서>
수필창작 이론을 재정립한 <창작문예수필이론서>
  • 안재동
  • 승인 2008.04.15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아니다'
 
"지난 현대수필문학 1세기 동안 "수필도 문학이냐"는 말을 들어온 것을 부끄럽게 여기며, 삼가 이 땅의 모든 수필 사랑 문우님들께 부족한 책을 드립니다."
 
 위 글은 근래 '창작수필'의 이론과 중요성을 줄기차게 제기해 온 중견수필가 이관희 씨가 『창작문예수필이론서』(청어刊)를 신간으로 내면서 책의 머리에 적어놓은 글이다. 
 
▲ 이관희 수필가     © 독서신문
 수필이 그 같은 말을 들어 온 까닭에 대해 저자는, 수필이 창작문학이라는 학문적 이론을 내어 놓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점과 창작이론에 근거한 수필문학 교육과 작품 제작 그리고 작품 비평 활동이 문단 전반의 문학활동으로 자리 잡지 못한 점 등 크게 두 가지로 요약 정리하고 있다.
 
 하여, 저자는 이 책을 "그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 문예수필을 서양의 '에세이'가 이 땅에 들어온 후 자생적 창작문예수필로 진화 발전한 제3의 신종 창작문학 양식으로 보는 관점에서 저술한 최초의 창작문예수필이론서"라고 밝히고 있다.
 
 오늘날 우리 문단의 많은 수필가들 중 수필평론이나 수필이론을 쓴 이는 흔치 않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저자는 유별나게 '창작'이란 개념과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 주장과 논지가 하도 강하여 말뚝이나 굴착기처럼 저돌적으로 땅 속을 깊이 파들어가는 모습이다.
 
 220여 페이지 분량의 이 책은 제1장 '서론', 제2장 '본론', 제3장 '결론', 제4장 '작품연구' 등으로 대별하면서 창작수필 이론을 단계별로 펼쳐나가고 있다.  내용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서론의 '창작문예수필 이론의 정립을 서둘러야 되는 이유'인데, '에세이 문학을 살리기 위해서'라거나 '창작문예수필을 세우기 위해서'가 그 요지이다. 
 
 
▲     ©독서신문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수필문학의 이론과 현실이 정녕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인가를 읽는 이로 하여금 한번쯤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어쩌면 향후 논란을 불러 일으킬 지도 모를, 이른 바 문제작이 될 수도 있는 이 한 권의 '창작' 수필이론서! 수필을 쓰는 사람이나 공부하는 사람, 또는 일반독자라 해도 일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 것 같다.
 
 본론에서도 독특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선언, 대한민국 自生 문예수필은 제3의 新種 창작문학'이라는 사실인데, 여기서 특기할 점은 '자생'은 무엇이고 '신종'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 표현의 의미를 서술하는 저자의 논지를 읽다보면 상당 부분 공감 되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이 대목 역시 어떤 형태로든 문인들간엔 토론과 회자의 대상이 될 법한 꺼리로 생각된다. 일부든 대다수든······
 
 저자는 책의 후기에서 주장한다. "본서는 우리 수필문학을 서양의 '에세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 자생적 '창작문예수필'로 진화 발전 되어 온 제3의 신종 창작문학 양식으로 보는 관점에서 저술된 현대수필문학사상 최초의 순수창작 문예수필 이론서"라고도······. 이 대목 역시 수필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갖고 검토, 고찰해 볼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아마도 우리 수필문학계에서 저자의 경우처럼 수필 '창작'론에 대해 소위 '아집'에 가까울 정도로 집요한 연구와 이론정립을 시도한 작가가 있다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사실이다. 수필이론에 대한 연구과정면에서의 창작적 접근과 열정이야말로 분명 높이 평가받아 마땅할 것으로 여겨진다.
 
 저자는 창작적 의미의 수필 대표작으로써 최남선의 <가을>, 방정환의 <어린이 예찬>, 이양하의 <나무>, 한흑구의 <보리>, 이관희(본서 저자)의  <나팔꽃> 등을 선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들 작품이 왜 그에 해당하는 작품인지는 독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길 일이지만 저자는 나름대로 대목 대목별로 세세히 그 이론적 논지를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는 특히, 오랫동안 우리 수필의 일반적 개념으로 자리해 온,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거나 '수필은 무형식의 문학'임을 정면으로 뒤집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즉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아니'며 '수필은 유형식의 문학'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물론 지금까지 모든 수필 이론가들이 전자에 대해서만 찬동하거나 후자에 대해서는 부정으로만 일관 한 것도 아니다. 학자들마다 그 주장을 조금씩 달리했을 뿐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나름대로의 이론에 입각한 주장과 획을 보다 선명하게 긋고 있다.
 
 이 책에는 지금껏 국내외 수필문학사상 여러 작가들이 펼쳐온 수필이론적 고찰 또는 주장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수필을 공부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기성 수필가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수필 이론 또는 지침서일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이 책이야말로 수필문학 창작이론의 금자탑으로 칭하여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 안재동 시인·평론가     ©독서신문
 이관희 수필가는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서 수학하고 미국 pacific christian college를 졸업했으며 미주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과 소설부문, 《현대문학》수필부문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저서로는 수상록 『개똥벌레 하 마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느냐』, 시집 『사랑하고 죽으리라』, 소설집 『아내의 천국』, 에세이집 『꽃과 여인을 노래할 수 없는 시대』 등이 있고 현재 인터넷 수필전문지 《e-수필》컴퓨터 편집인이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