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돌이켜보면 10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열심히 했던 기간도 많았다. 데이터를 기다리며 밤을 새고 아침에 출근한 적도 있고, 가장 늦게 퇴근하고 가장 일찍 출근하면서 일했던 기간도 있었다. 그 시간이 지옥같이 싫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회사를 위해서 일했다기보다 내 삶을 위해서 일했다는 것이다. 비록 회사는 내 것이 아니지만, 회사에서의 일은 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일을 위해서, 내 평판을 위해서, 내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 일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사랑하지 않고서도 일을 열심히 그리고 잘할 수 있었다. 비록 내 회사는 아니지만, 회사를 다니고 있는 건 나니까 말이다.<29쪽>
“저는 좋은 사람과 일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도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릅니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 어쩌면 멍청하고 게으른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때론 그 사람의 성격 때문에, 그 사람의 일하는 방식 때문에, 그 사람의 말투 때문에 좋은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혹은 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저 스스로 더 노력할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스트레스도 적고, 저 스스로도 발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니, 좋은 사람이라고 보여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운이 좋아서 평생 함께 볼 친구로 발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65쪽>
신입사원 시절 같은 팀에 박 과장님이 있었다. 30년 가까이 회사에 다녔지만 진급이 늦어 과장에 머물러 계신 분이었다. 그 당시 회사에는 명퇴 바람이 불었고, 박 과장님은 훌훌 털고 회사를 떠나셨다. 과장님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생각난다.
“동수야, 내가 회사 생활을 돌이켜 보니까 별거 없더라. 내 동기들이 차장 달고 부장 달고 임원 달 때 승진이 늦어서 한때는 힘들었는데 그거 다 한때더라. 정년퇴직할 때 보니까 내 옆에 사람들이 많아. 회사 떠나면서 변변한 친구 한 명 없고, 자기 회사로 오라는 곳 하나 없이 쓸쓸하게 끝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참 직장 생활 잘했다고 생각했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동료들이 있고, 내가 만난 제휴처 몇 곳에서 명퇴 소식 듣고 자기 회사로 오라며 제안을 하기도 했지. 그리고 딸들은 아빠 수고했다며 응원해주고 아내도 이젠 자기가 벌어보겠다고 하더라. 지금 명퇴하는 사람들이 제일 고민하는 게 뭔 줄 아니? 가족에게 설 자리가 없다는 거야. 그러니 집에 있는 게 불편하고 나가서 일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받아주는 곳은 없고…. 동수야, 나는 회사 생활도 결국은 사람인 것 같다. 나는 너가 일을 위한 일이 아니라 사람을 버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79쪽>
[정리=전진호 기자]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이동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 324쪽 | 1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