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라는 말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
‘아빠 육아’라는 말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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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를 다루는 책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던 ‘아빠 육아’는 자녀 양육에 있어 아빠의 역할이 강조되기 시작하고, 평등한 육아를 추구하는 ‘맞돌봄’ 문화가 확산되며 널리 퍼졌다. 이제 ‘아빠 육아’라는 주제는 전문적인 육아서적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이 직접 경험을 나누는 에세이의 영역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동안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조금씩 바뀌며 남성 육아휴직자가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육아휴직을 내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종일 육아를 도맡아 본 아빠들이 생각하는 ‘아빠 육아’의 의미는 무엇일까. 육아하는 아빠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사실 특별할 건 없다.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겪는 일이 대부분이다. 다만 그 사이사이에는 사람들의 시선에 움츠러들고, 네트워크가 부족해 소외되고, 삶이 너무나 달라져 혼란을 겪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 참고할 아빠의 육아 이야기가 엄마의 육아 이야기만큼 많았다면 조금 덜 외로웠을 테다. 그러니까 이 책들은, 아마도 아빠들 스스로에게 가장 필요했을 ‘아빠 육아’ 이야기다.

최근 책 『오늘의 아빠』(도서출판이곳)를 펴낸 임석재씨는 지난 2018년 13년간 잘 다니던 회사에 육아휴직을 낸 뒤 틈틈이 아이와의 순간들을 기록해 왔다. 이번 책이 벌써 세 번째 육아일기. 그 사이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 회사에 복직했고, 다섯 살이었던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처음 육아휴직을 내고 모든 게 낯설고 어색했던 때를 회고하며,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은 기쁘고 즐거웠지만 결코 간단치 않았다고 말한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아이의 학교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육아에 동참해 온 그는 “남편의 일과 아내의 일에 다름이 없고, 엄마의 일과 아빠의 일에 구별이 없다 생각한다”고 말한다.

육아와 살림은 떼 놓을 수 없다. 책 『전업주부는 처음이라』(시크릿하우스)의 저자 ‘손주부’는 연봉 1억과 대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돌연 전업주부가 됐다. 나는 육아와 살림을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보니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됐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남자가 생각하는 설거지란 물에 잘 불린 그릇을 퐁퐁 묻힌 수세미로 잘 닦아 준 후 깨끗한 물로 세척해 내는 것이 끝이다. 하지만, 여자가 생각하는 설거지는 (…) 싱크대 주변에 튄 물을 닦고 음식물 쓰레기를 치운다. 더러워진 행주를 잘 빨아서 너는 것까지가 설거지이다.”

이렇게 몸으로 경험해 보니 “정부에서 가정주부들에게 매달 300만원씩 지원금을 주었으면 좋겠다. 가정주부라는 역할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떳떳하게 대우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품게 됐다. 신용등급 1등급이던 그는 전업주부가 되자마자 은행에서 ‘무직’으로 분류됐다. 그는 “가정주부가 사회적으로 대우받고, 회사에 나가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아이들을 키울 수 있다면,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아빠 육아 업데이트』(영진미디어)는 육아휴직을 내고 주 양육자가 되면서 ‘초보 아빠’에서 ‘베테랑 아빠’로 ‘업데이트’한 저자 홍석준씨의 이야기다. 그는 “아내가 내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가진다. (…) 그 믿고 맡기는 마음만큼 우리 사이의 믿음도 커진다. 신기하게도 부부관계의 믿음의 변화는 아이도 안다.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했던 아이가 아빠와 함께 있는 것을 당연하고 편안해한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믿음은 관계의 균형을 만든다”고 말한다. ‘아빠 육아’가 아빠와 아이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부관계도 개선할 수 있으며, 좋아진 부부관계는 또 다시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한편, 그는 ‘아빠 육아’라는 말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아빠 육아’는 일반적이지 않다.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대부분의 ‘맘 카페’는 남성의 가입을 받지 않기도 한다. 그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육아에 공감하여 엄마 아빠가 당연히 함께할 수 있는 육아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며 “언젠가 ‘아빠 육아’라는 말이 완전히 없어져 마치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달라고 주장하던 시대처럼 전설로 남길 바란다”고 말한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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