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벌레, 잡으려 말고 ‘곤충 멍’을 해보자
한여름 벌레, 잡으려 말고 ‘곤충 멍’을 해보자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7.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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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짓밟고, 신문지로 내리치고, 살충제를 뿌리고…. 벌레가 나타나면 흔히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다. 물론 더러는 손으로 잡아서 집 밖으로 내보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죽이는 경우가 많다. 벌레가 발이 빠르고 심지어 날아다니기까지 하니 포획하는 게 쉽지 않아서일까. 사실 벌레를 죽이는 이유는 대부분의 벌레들이 만지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징그럽게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러브버그에 대한 방역이 이뤄졌다. 러브버그는 짝짓기하는 동안은 물론 날아다닐 때도 암수가 붙어다니는 1cm 크기의 털파리를 말하는데, 얼마 전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주민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이들을 징그럽다고 여긴 사람들은 지자체에 민원을 넣었고, 지자체는 주민들의 불편감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빠르게 방역을 실시했다. 결국, 지자체의 빠른 조치로 인해서 대부분 지역에서 러브버그는 사라진 상태다.

사실 러브버그에게는 죄가 없었다. 이들은 사람을 물거나 쏘지도 않을뿐더러 병균을 옮기는 경우도 없다. 수명도 짧아서 몇 주가 지나면 금방 사라질 예정이었다. 심지어 러브버그는 진드기 박멸과 환경 정화에 도움을 주는 익충이다. 결국, 인간의 벌레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애꿎은 러브버그만 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우리들의 벌레 혐오는 그칠 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좋든 싫든 벌레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벌레를 싫어해봤자 인간만 손해볼 뿐이다. 뛰어난 번식력을 가진 그들을 우리가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훗날 인류가 멸망해도 그들은 계속 지구를 돌볼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벌레를 멸종시키는 방법이 아닌 벌레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내는 일이 아닐까.

한국의 파브르라고 불리는 정부희 박사의 책 『벌레를 사랑하는 기분』은 우리가 몰랐던 곤충의 매력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는 “자연 세계를, 특히 곤충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며 그 방법으로 ‘곤충 멍’을 때려보라고 권한다.

풀숲이나 나무 한 그루에 가만히 머무르면서 곤충을 관찰하는 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곤충 멍의 한 방법이다. 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알려진 동물 150만 종 중 곤충이 100만 종을 차지하는데, 한국에도 1만8000 종이나 될 만큼 곤충의 수는 무척 다양하다. 또한 풀 한 포기만 들여다 보더라도 그들이 사는 작은 세상을 느낄 수 있다. 풀을 뜯어 먹는 좀남색잎벌레, 그리고 그를 잡아먹기 위해 다가오는 거미, 잎벌레의 알을 먹으러 오는 무당벌레 등 작은 풀에서 동물의 왕국이 펼쳐진다.

곤충을 때려잡기보다는 곤충 멍을 제안하는 저자는 “곤충 입문자들에게는 늘 버드나무 앞에 10분만 서보라고 권한다. 그냥 서서 요즘 유행하는 ‘나무 멍’을 때리다 보면 버드나무에 깃들어 사는 곤충들을 최소한 10종 이상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보는 만큼 관심이 생기고 사랑하게 된다”고 조언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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