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와 노인의 체취, 왜 다를까
갓난아기와 노인의 체취, 왜 다를까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7.22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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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우연히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를 맡고는 그 냄새가 환기시키는 유년 시절의 기억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 간다. 여기서 착안한 ‘프루스트 효과’는 특정한 냄새를 맡았을 때 그에 얽힌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떠오르는 현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프루스트 효과를 종종 경험하곤 한다. 

최근 출간된 책 『코끝의 언어』(윌북)는 이러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후각과 냄새의 비밀을 파헤친다. 프루스트 효과에서도 알 수 있듯, 후각은 강렬한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감각이다. 대부분의 감각 자극은 뇌에서 언어나 논리를 관장하는 시상(視床)으로 전달되는데, 냄새는 다른 감각과 달리 시상을 건너뛰고 후각 신경구로 바로 전달된다. 이 후각 신경구는 기억과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와 해마에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어떤 경험 도중 특별한 냄새를 맡게 되면 우리의 뇌는 그때의 느낌과 기억, 냄새를 하나로 융합한다.

과학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억의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냄새를 그대로 보관하거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어떤 형태의 분자가 왜 그런 냄새를 갖는지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대의 거리에서, 또는 우주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갓난아기나 노인의 몸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냄새는 그 근원이 있는 곳에서만 맡을 수 있기에,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시공간의 냄새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전쟁의 냄새라고 하면 흔히 화약 냄새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1차 세계대전의 냄새를 ‘겨자 냄새’라고 표현한다. 1차 세계대전의 생존자들이 당시 사용된 ‘겨자탄’에서 라일락, 마늘, 양고추냉이, 양파 냄새가 났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공기가 없는 우주에는 냄새도 없지만, 우주에서 지구로 가져온 것들은 일정한 냄새를 가진다. 책에 따르면 달의 먼지에서는 발사된 화약 냄새가, 화성에서 퍼 온 흙에서는 살짝 달달한 냄새와 함께 산과 황의 냄새가 난다. 1969년 호주에 떨어진 ‘머치슨 운석’은 지금까지 지구상에 떨어진 모든 물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우주먼지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 우주먼지는 75억살로 태양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과학자들은 우주먼지의 나이를 알아내기 위해 운석을 빻아 반죽 형태를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는 고약한 피넛버터 냄새가 났다고 한다.

갓난아기의 냄새는 보호자를 행복하게 만들어 최선을 다해 아이를 보살필 수 있게 한다. 엄마인 여성과 엄마가 아닌 여성으로 이루어진 피실험자들에게 정체를 알려주지 않은 채 여러 냄새를 맡게 한 연구에서, 갓난아기 냄새를 맡게 하자 모든 피실험자들의 도파민 경로가 반응했다고 한다. 생후 6주면 사라지는 갓난아기 냄새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저자는 “양수 속에 떠 있는 상태로 있다가 세상에 나와 (…) 그 물기가 마르고, 그와 함께 양수 냄새가 사라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추측한다. 

노인들의 걱정거리인 체취, 흔히 말하는 ‘노인 냄새’는 ‘2-노넨알’이라는 고농도의 합성물질에서 나온다. 이 물질의 수준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올라가지만, 75세 이전에는 냄새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특정 나이를 넘기면 ‘노인 냄새’가 나는 이유는 노화로 인한 체내 대사 작용의 변화, 또는 우리 몸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의 요동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실 우리의 체취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계속해서 바뀐다. 갓난아기의 몸에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냄새가 났다면, 사춘기 이후 아이의 몸에서는 점차 좋지 않은 냄새가 나면서 아이가 보호자로부터 독립할 때가 되었음을 알려준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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