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효율 높이려면… 혼자 일해라
업무 효율 높이려면… 혼자 일해라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7.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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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의 시간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많은 것을 재고하게 만들었다. 애플은 재택근무를 끝내고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방침을 발표했다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철회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조직문화 형성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격근무 소프트웨어 기업인 베이스캠프 CEO 제이슨 프라이드의 책 『일을 버려라!』는 재택근무제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을 넘어 ‘생산성’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꿀 것을 주문하는 책이다. 베이스캠프에서는 직원들이 업무 시간에 어디에 있는지 서로 알지 못하며, 정말 긴급한 사안이 아니면 채팅이나 메신저 같은 실시간 소통 방법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베이스캠프는 매년 흑자를 내며 안정적으로 기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프라이드가 생각하는 생산성의 조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프라이드가 보기에 오늘날의 사무실은 일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방해 공장’이다. “끝없이 왔다 갔다 하며 일이 어떻게 돼 가는지 묻는 관리자, 회의에서 회의로 계속 이어지는 결과 없는 회의들, 사람들을 병 속의 정어리처럼 빽빽하게 배치한 공간 구획, 영업부에 계속 걸려 오는 전화벨 소리” 같은 요소들은 직원들이 일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의미 없이 더 오래 일하게 만든다.

메신저 등으로 회사 내 모든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메시지를 재빨리 확인해야 하고, 언제든지 질문이 들어오면 답해야 하는 상황은 어떤가. 프라이드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모든 직원이 알아야 할 이유는 결코 없다. 실시간으로 알 필요는 더더욱 없다”며 “만약 그것이 중요하다면 당신은 알게 될 수밖에 없다. (…) 이제는 일터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소한 내용을 뉴스 속보 자막처럼 다루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정보를 놓칠까 봐 두려워하는 심리를 뜻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는 현대인의 질병이라고 불린다. 실시간 보고와 감시가 일상화된 기존의 조직문화에서는 ‘포모’를 피하기 힘들다. 프라이드는 “베이스캠프에서는 정보를 놓치라고 권장한다”며 포모의 반대 개념으로 ‘정보를 놓치면 즐겁다’는 뜻을 가진 ‘조모’(JOMO, Joy Of Missing Out)를 제시한다. “하루 종일 끊임없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의미 없는 정보”에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시간과 집중력은 쪼개서 사용하지 않고 한꺼번에 길게 가질 때 가장 효과적이다. 탁월하고 철저하게 일하려면 충분한 시간의 덩어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베이스캠프에서는 ▲직원들이 일을 어디서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업무 진척 상황에 대한 단체 회의를 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실시간 소통 도구 사용을 금지한다. 대신 직원들이 일일 또는 주간 업무 내용을 업데이트하게 해 필요한 다른 직원들이 알 수 있게 하고, 근무 중에 다른 직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을 미리 지정하게 했다.

물론 베이스캠프 같은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고 해도 ‘포모’를 겪는 현대인들이 정보를 놓치기로 결단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경영자나 관리자의 위치에 있는 경우, 철저히 자신의 통제 하에 있던 직원들에게 ‘정보 로그아웃’을 권하자면 의구심과 불안을 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라이드는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 때, 그들이 일하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죠?”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직원들이 당신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일할 때, 그들이 정말로 일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죠?” 직원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저 그가 한 일을 살펴보면 된다는 것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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