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는 ‘퇴준생’도 괜찮아… 가능성의 시간 ‘갭이어’
계획 없는 ‘퇴준생’도 괜찮아… 가능성의 시간 ‘갭이어’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7.13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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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의 도래로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해지며 ‘퇴준생’(퇴사+준비생)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 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4월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이 평소에도 종종 퇴사 고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0명 중 4명이 최근 부쩍 퇴사 고민이 많아졌다고 응답했다.

특히 2030 세대에서는 주변인이나 동료가 퇴사하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오히려 축하해 주는 분위기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젊은 층에서는 퇴사를 실패나 퇴보가 아닌 ‘새로운 도약’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30 세대 사이에서는 퇴사가 이직을 위한 것이며, 한 회사에 충성을 다하기보다 영리하게 이직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공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젊은 층이라고 해서 꼭 퇴사를 이직과 연결 짓는 것만은 아니다. 명확한 이직 계획 없이도 퇴사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갭이어’(Gap year)를 갖기 위해서다. 본래 갭이어는 유럽‧미국 등에서 대학 입학 전이나 취업 전에 자원봉사, 인턴, 배낭여행 따위를 경험하며 향후 삶의 방향을 탐색하는 시간을 뜻하는데, 직장과 직장 사이 공백 기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책 『우리는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더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일을 잠깐 멈추고, 다양한 모습으로 갭이어를 보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엮은 다큐 에세이다. 책을 쓴 김진영 작가는 10년간 쉼 없이 일하다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번아웃을 경험했고,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달리던 트랙에서 잠시 내려와야만 했다고 말한다.

“트랙에서 내려오니 어디로도 갈 수 있었고, 어디로도 가지 않을 수 있었다”. 삶에 찍는 쉼표나 마찬가지인 갭이어를 보내는 방식에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 저자가 만난 인터뷰이들은 ‘쉬는 감각’을 배우기 위해 캠프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심리 상담을 받고, 세계여행을 다녀오는 등 저마다 필요한 기간과 모습의 갭이어를 가졌다.

갭이어는 마냥 속 편히 놀고먹는 기간이 아니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은 물론 커리어와 삶 전반을 돌아보고,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 보며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기간이다. 요가 수행을 하다 자신이 일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도 하고,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프리랜서 등으로 일하던 중 새로운 진로의 영역을 발견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는 이미 일터에서 여러 영점조절의 순간을 가진다. 프로젝트 회고, 주간 회고, 월별 혹은 분기별 회고 등은 모두 개인과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목표와 현 위치 간의 조절을 위한 장치이다. (…) 이러한 순간은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의 커리어와 삶에도 필요하다”라며 ‘삶의 영점조절’을 위한 방법으로 갭이어를 제안한다.

갭이어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에게 필요할까. 인터뷰로 책에 참여한 이다솜씨는 “‘갭이어를 가져야 할까?’ 하는 고민을 진지하게 할 정도라면 추천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고민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어떤 모멘텀”이기에, 그 마음을 살필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 마음을 살피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갭이어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갭이어를 긍정적으로 경험한 이들도 모든 사람에게 갭이어를 추천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인터뷰이 김민지씨는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때에는 회사에서 좀 더 버텨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갭이어는 쉬어가는 시간인 만큼 ‘돌아올 자리’를 아예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 “쌓아 놓은 시간이 있다면 (…)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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