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행의 계절이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휴가철 여행지로 시골을 염두에 두기도 한다. 마치 도시 생활에 지쳐 농촌으로 이주한 주인공이 시골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장면처럼, 우리도 전원적인 분위기 속에서 ‘힐링’을 찾게 된다.
하지만 책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에 따르면 힐링을 찾는 농촌에 대한 도시인들의 단상이 시골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의 저자 백세희는 “농촌에 사는 나는 영화(<리틀 포레스트>)를 보는 내내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묘하게 불쾌한 느낌이었다”며 “나만 그런가 싶어서 역시 같은 농촌 거주자 몇 명에게 영화를 소개했는데 그들의 반응은 나보다 격렬했다”고 말한다. 이어 “그것은 지방에 대한 도시 사람의 편향된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생활은 불편하지만 마음만은 평화로운 안식처,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로운 곳에 사는 팔자 좋은 사람들이었나”라고 반문한다.
저자를 비롯한 농촌 사람들이 미디어를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내부 오리엔탈리즘’이다. 저자는 “미디어학자들은 대중문화 콘텐츠가 지방을 치유와 회복의 안식처로 전형화하는 것을 ‘내부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분석한다”고 전한다. 그에 따르면 오리엔탈리즘은 과거 제국주의 서구 열강이 동양의 모습을 자신들의 렌즈로 왜곡해 인식‧정의‧묘사‧연구하는 담론 전체를 어우르는 용어다. 이때 서구인들에게 동양은 ‘비이성’이나 ‘자연’, ‘순수함’, ‘숭고함’ 등의 이미지와 연결되는데, 결국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시골을 바라보는 시선이 제국주의 시대의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유사하며, 이것이 ‘내부 오리엔탈리즘’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러한 시선은 서울과 지방 사이의 양극화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은연중에 시골이 자연 상태나 과거 그대로 머물러 있길 바라는데, 이것은 철저히 내부 오리엔탈리즘적인 생각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골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저자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떠올려보라고 말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전라북도 군산과 부안을 연결하는 방조제를 축조하는 토지 조성 사업이었는데, 시행 과정에서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환경단체들도 가담했다. 그러나 그 지역 주민들의 생각은 환경단체들과는 달랐다. 전북도청 게시판에 “우리도 한번 오염돼 봤으면 좋겠다”는 글이 올라올 만큼 전북 주민들은 발전을 기대하기도 했다.
시골의 평화로운 분위기는 도시인들의 답답한 마음을 해소해 주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단순히 ‘힐링’의 공간으로만 찾는다면, 시골 사람들은 불편한 마음이 든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