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죽음’은 피할 수 없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일찍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던 일본에서는 최근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논하는 책들이 화제다. 일본을 대표하는 석학 우에노 지즈코의 신간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동양북스)는 지난해 현지 출간된 후 사회과학 도서로는 이례적으로 아마존 종합 1위에 올랐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집에서 혼자 죽으라’는 논쟁적인 주장을 담고 있는 책이다.
‘집에서 혼자 죽으라’는 말이 낯설게 다가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현대인의 죽음이 대부분 병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며, 둘째는 임종의 순간에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노인이 혼자 죽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외로움, 쓸쓸함, 비참함, 인간관계 단절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이 책은 다양한 데이터를 내세우며 이러한 고정관념들에 반기를 든다.
죽음의 현장을 발견하면 사람들은 119부터 찾는다. 책에서는 노인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는 절대 119를 부르지 말라고 말한다. 119를 부르면 심폐소생이나 연명 치료를 실시하게 되는데, 수명을 다한 노인에게 무리한 연명 치료를 한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죽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1970년대 이전에는 집에서 죽는 경우가 더 흔했다. 우에노 지즈코는 이를 ‘재택사’라고 명명하며, 과거와 달리 방문 의료와 간병 서비스 등이 발전한 지금은 재택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찾아오는 죽음은 급작스러운 사건처럼 발생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에, 미리 대비를 해 둔다면 평온하게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책에서는 또한 “혼자 사는 노인이 혼자서 죽는 게 뭐가 나쁜가”라며 미디어가 ‘고독사’라는 이름으로 ‘혼자 죽는 것’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사후에 빨리 발견되는 게 아니라 살아생전에 고립되지 않는 것”이다. ‘외로운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외로운 삶’을 막아야겠지만, 혼자 산다는 것이 곧 사회적 고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의사 쓰지가와 사토시가 2013년 오사카의 60세 이상 노인 약 4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혼자 사는 노인의 생활 만족도가 가족과 사는 노인보다 높았다. 건강이 나빠져도 만족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물론 이는 조사 대상이 된 중산층 이상의 노인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핵심은 노인에게도 원하는 만큼 ‘고독’할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치매 노인은 혼자 둘 수 없다고 생각할 테다. 그러나 취재 결과, 혼자 사는 치매 환자가 가족과 함께 사는 치매 환자보다 훨씬 증상이 가벼웠으며 즐겁게 살고 있었다. 생활 습관 등 사소한 일로 지적을 받을 일이 없어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이다. 용변 실수를 한다거나 해도 방문 간병인은 치매 환자를 혼내지 않고 묵묵히 뒤처리를 해 줄 뿐이다. 간병 서비스 등을 받으며 쾌적하게 삶을 영위할 수만 있다면, 굳이 서로를 힘들게 하며 같이 살아야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임종 순간에는 반드시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할까? 우에노 지즈코는 “취재하면서 보니 임종을 지켜보고 싶어하는 쪽은 죽는 사람이 아니라 남겨지는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임종 순간에 옆에 누가 있든 알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죽어도 청각만은 끝까지 남아 있으니 말을 걸어 주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는데, 죽어가는 사람도 그것을 원할지는 미지수다. 죽어가는 할아버지에게 식구들이 모두 모여 말을 걸었더니 할아버지가 “시끄럽다”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임종을 지켜야 자식 된 도리라는 인식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죽음 문턱의 짧은 순간보다 살아 있을 때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에는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