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돈 룩 업>은 엄청난 크기의 혜성이 지구에 다가올 때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다. 혜성을 처음 발견한 미국의 한 대학교 천문학과 대학원생과 교수는 이대로라면 지구는 반드시 멸망할 것이라며 충돌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지만, 사람들은 좀처럼 듣지 않는다. 급기야 “하늘을 쳐다보지 마(Don’t look up)”라고 외치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혜성을 외면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위기를 똑바로 인지하지 못하는 미국 사회의 풍경을 담았지만, 한국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위기의 성질은 좀 다르지만 한국도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위기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장은 책 『식량위기 대한민국』에서 기후 위기로 발생할 식량난에 한국은 전혀 준비가 안 돼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우리 사회도 “여전히 ‘돈 룩 업’을 외치는 듯하다”고 말한다.
사실 기후 위기가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체로 사람들은 지구가 점점 뜨거워져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날씨가 불규칙하게 변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식량난 대비에는 유독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 우리 주변에 먹거리가 넘쳐나기 때문일까. 그러나 이 풍경도 조만간 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세계 주요 곡물 생산량은 3~7퍼센트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약 46%로 나머지는 모두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생산량 감소를 감안하면, 앞으로 세계는 곡물을 두고 경쟁하게 될 것이며 끝내는 식량 전쟁까지 경험하게 될 수 있다. 결국, 식량난에 대한 대비를 서두르지 못하면 한국은 점점 식량 안보의 위기를 맞이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혹자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현재 우리 농업 구조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쌀의 경우 벼농사의 수익성이 떨어져 밭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늘고 있으며, 다른 농산물은 관세의 보호 장벽이 사라진 상태에서 식량 대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농산물과 경쟁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따라서 저자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식량 수입 지역의 다각화’를 주문한다. 현재 한국은 ADM 등 세계 4대 곡물 기업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는 기후 위기 상황과는 무관하더라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기가 까다로워진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프라를 투자하거나 기술을 지원하는 것도 식량난 극복에 도움이 된다. 저자는 “특히 이러한 접근은 수원국(협력국) 농업의 기후 위기 대응과 생태계 복원력을 키우는 데도 기여한다”고 조언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