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한때는 한 송이 꽃이었다
당신도 한때는 한 송이 꽃이었다
  • 김혜식 수필가/前 청주드림 작은도서관장
  • 승인 2022.06.24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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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前 청주드림 작은도서관장

버스킹은 횟수를 거듭 할수록 열기가 고조됐다. 청계천 복개천의 흐르는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많은 행인들이 모여 있다. 건너편 천변엔 여인의 애조 띤 노래가 그 농도를 더해 갔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휘파람을 불기도 한다. 우레와 같은 박수로 호응하며 관중들은 열띤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노래는 트롯이 주류였다. 하지만 그 중엔 여고생 및 많은 젊은이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선율에 따라 흥에 겨운 듯 춤도 춘다. 또한 추임새도 잊지 않는다. 이들 젊음의 열기가 가세할 때마다 버스킹 무대에 오른 기타 연주자와 무명 여가수의 절절한 음색은 초여름 밤하늘을 한껏 뒤흔들었다. 딸들과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하며 찾았던 서울 청계천 복개천 수변의 풍경이었다.

이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청소년들이었다. 먼발치서 바라봐도 그들 모습이 무척 싱그럽다. 요즘은 전과 달리 청소년들 모습을 보면 그 풋풋함에 절로 눈길이 머문다. 이들이야 말로 한 떨기 아름다운 꽃이 아니던가. 개개인마다 장차 아버지가 될 몸이요, 어머니로서 자리매김할 소중하고 귀한 이들이다. 어디 이뿐이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한 몫을 자리할 재목이기도 하다.

그들을 바라보자 필자에게도 저 젊은이들과 같은 시절이 있었음을 새삼 느낀다. 질풍노도와 같았던 젊음이 분명 있었잖은가. 캄캄한 밤길을 홀로 걸어도 두렵지 않았던 피 끓는 청춘이 있었다. 이젠 그 젊음을 상실한 채 황혼의 길목에 서성이고 있다. 이는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나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난날 한 때는 푸른 시절이 있었다. 꽃처럼 눈부신 아름다움과 수려한 젊음을 지녔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삶의 결실을 맺은 노년을 맞았을 것이다. 이로보아 젊음은 아름다운 꽃이다. 모든 결실은 꽃을 피워야 맺을 수 있잖은가. 무엇으로든 꽃을 피웠기에 ‘오늘’이라는 결과를 얻게 되었다면 지나칠까. 이런 연유로 나이가 들어도 지난 청춘을 풍미했던 그 기품과 절도를 지키고자 애쓰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고속 전철 표를 미처 못 구해 서울행 열차인 느림보 무궁화호를 탔다. 역에서 출발한지 얼마 안 돼 완행열차는 어느 간이역에 정차했다. 이때 등에 가방을 한 개씩 짊어진 중년으로 보이는 여인들이 ‘우루루’ 객실 안으로 몰려온다. 여섯 명의 무리였다. 그녀들은 열차에 탑승하자마자 큰소리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코로나19도 아직 종식 안 돼 여전히 확진자가 나오는 터수다. 가급적 밀폐된 공간에선 비말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공중도덕상 열차 및 버스 안 등 대중들이 많은 곳에선 휴대폰 통화나 대화는 자제해야 하잖은가.

하지만 이 여인들은 이런 기본적인 예의 및 교양 덕목과는 담을 쌓은 듯하다. 마냥 큰 소리로 웃고 떠든다. 객실 안 많은 사람이 이들을 지켜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선뜻 나서서 제지를 못한다. 필자 역시 그들의 언행이 눈에 거슬렸다. 그러나 바른 말을 할 수 없었다. 보아하니 자제를 부탁했다가는 뺨이라도 때릴 듯 여인들은 안하무인격의 인상을 풍겼기 때문이다.

이 여인들을 보자 어느 지인 말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그녀가 어느 공공기관 주최로 문학 강의를 할 때란다. 한 동네 산다는 네 명의 여인이 수강 신청을 해와 수업을 했단다. 수업 도중 함께 온 여인들은 서로 붙어 앉아 큰소리로 떠들고 킥킥거리며 웃어서 도무지 수업을 진행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한 그들이 쓴 글 속에 시댁 식구를 향한 욕설 및 이웃 사람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하여 지인이 이를 지적했단다. 그러자, 수필은 체험한 일 쓰는 것이라며 “왜 실명 및 욕설 따위를 못 쓰게 하느냐”며 버럭 화를 내더란다. 그 후론 수업 시간마다 큰소리로 떠드는 게 더욱 심했지만 더는 그들의 언행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했다. 상식과 기본적 도덕관념을 상실한 자에겐 어떤 말도 주효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지인 말에 공감이 간다.

지인의 말을 듣노라니 한편 그녀들에게 측은지심이 일었다. 평소 교양 없고 개념 없는 사람들도 한 때는 누군가에게 꽃이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신의 부모에겐 소중한 자식이요, 남편에겐 사랑스러운 아내이다. 아이들에겐 숭고한 모성을 보여 온 어머니일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오늘날 그런 모습으로 변질됐을까?’ 생각하니 외려 그녀들이 측은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은 어인 일일까.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적어도 자신의 언행으로 타인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 그야말로 목불식정(目不識丁)이어도 괜찮다. 기본적 인성은 갖춰야 하잖은가. 여성이 지혜로워야 국가도 바로 선다. 역사를 빛낸 위인 뒤엔 항상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다. 반듯한 아내 품성은 남편 성공의 밑거름도 된다. 이것이 여성이 지닌 위대한 힘이라고 말한다면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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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랑 2022-06-24 17:19:2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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