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직장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이유
일반 직장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이유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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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2년, 일본에 기쁜 소식이 있었다. 자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다는 것. 물론 종종 있는 일이긴 했지만, 이전과는 경우가 달랐다. 그 주인공은 평범한 40대 샐러리맨이었던 다나카 고이치로, 시마즈 제작소라는 레이저 전문 중소기업의 연구원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발칵 뒤집어졌다. 책 『일본 중소기업 진화생존기』의 저자 오태헌은 당시를 회상하며 주변의 지인들이 “일본의 중소기업은 도대체 뭐가 달라서 노벨상을 받는 직원을 배출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도쿄대학교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모두 졸업하고 일본의 중소기업 생존 전략을 연구하는 학자인 저자는 과연 어떤 대답을 내놓았을까.

애석하게도 흥미로운 답은 없었다. “아마도 한 우물을 파는 일본의 연구 풍토 때문”이라는 대답은 식상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저자는 20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질문을 받더라도 같은 대답을 할 것이며, 그때의 대답이 상당히 전문적인 대답이었다고 자부한다. 한 분야에 총력을 기울이는 일본 중소기업들의 자세가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분야든 한 우물만 파기는 쉽지 않다. 기업의 운영 과정에서 물품의 시장 경쟁력이 약할 때에는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유리할 때도 많다. 그럼에도 이들이 한 우물을 파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책에 등장하는 고메다커피의 사례를 살펴보자. 고메다커피는 일본의 다방식 커피 전문점이다. 최근 테이크아웃 전문점도 많고, 셀프 서비스 위주의 카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다방은 구시대적인 인상을 준다. 커다란 소파와 테이블, 테이블로 와서 주문 받고 서빙하는 모습까지 꼭 옛날의 다방같은 느낌이다.

대신 자체 공장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어 가맹점에 판매한다는 점이 다른 커피 전문점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심지어 창업자는 매장 어디든 똑같은 커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직접 커피를 추출해 매장으로 실어 나르기도 했다. 저자는 “창업자 자신이 오랜 시간 노력을 쏟아 완성한 커피 맛을 각 매장에서 동일하게 유지하려는 의도”라며 “이것이 결과적으로 이익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밝힌다.

이러한 장인 정신은 일본 중소기업 전체에 고루 퍼져있다. 저자는 “기업가치를 키워 높은 값에 매각하거나 힘들다고 사업을 접는 일을 피하는 것이 기업을 영위하는 사람의 도리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매출과 이익이 커지면 성공이라는 발상이 아니라 ‘우리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시간이 걸리는 일을 해야 존재 이유가 생긴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즉, 창업자와 근로자 모두에게 기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이유라는 뜻이 된다.

중소기업이 경제 구조의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은 대기업이 중심이 되는 우리나라와는 상반된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우리도 충분히 참고해볼 수 있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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