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느끼는 곳, ‘코일까? 혀일까?’
맛을 느끼는 곳, ‘코일까? 혀일까?’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6.12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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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힌 사람은 맛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이 현상이 조금 이상하다. 음식의 맛은 입에서 느끼는 것인데, 후각이 마비됐다고 해서 미각이 없어지다니.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NHK 취재팀의 책 『인류의 진화는 구운 열매에서 시작되었다』는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을 인류 진화의 배경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후각과 미각이 관계를 맺은 것은 우리 조상의 얼굴 형태의 진화 때문이다.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려면 우선 공룡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당시 우리 조상의 얼굴은 코끝이 긴, 쥐의 얼굴 같은 모습으로, 천적을 피해서 어두운 밤에 예민한 후각에 의존해 살았다. 코끝이 길면 코에 들어오는 냄새가 바로 콧속에 있는 후각 세포에 닿기 때문에 후각이 예민해진다는 장점이 있는데, 우리의 조상은 이러한 특성을 적극 활용하면서 생존했다.

하지만 공룡이라는 거대한 천적이 운석 충돌과 함께 사라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천적이 사라진 지구에서 우리의 조상은 밤보다는 낮에 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코보다는 눈을 무기로 살아가도록 진화했다.

저자는 “주목해야할 것은 이때 조상의 얼굴 골격에 일어난 커다란 변화”라며 “눈을 사용해서 활동하게 되자 긴 코끝은 필요치 않아져 퇴화하고, 입과 코 사이를 가로막은 평평한 뼈도 없어져서 입에서 목과 코까지 하나로 연결됐다”고 설명한다. 얼굴 형태가 변하면서 입과 코가 하나로 연결된 것이 후각과 미각이 깊은 관계를 맺게 된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얼굴 형태의 진화가 이뤄낸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맛을 감각하는 비중에도 일종의 반전을 이뤄냈다. 우리가 입 안에서 음식을 씹으면 음식의 다양한 냄새 성분이 대량 발생해 목의 입구까지 퍼진다. 그리고 코로 숨을 내쉬는 순간 공기의 흐름에 따라 대량의 냄새 성분이 목에서 코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천적이나 위험한 냄새를 일찍 감지하기 위해 발달한 후각이, 도리어 입안에 있는 음식냄새를 강렬하게 느끼게 되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진화’가 일어난 것이다.

저자는 “맛을 느끼는 혀의 미각 센서는 약 100만 개인 데 비해, 후각 센서는 10배 정도 많은 1,000만 개다. 혀로 느끼는 맛 정보보다 한 자릿수 많은 냄새 성분 정보가 뇌의 정보사령부로 밀려든다”며 “뇌는 대부분 후각에서 오는 정보에 의존해 맛을 느낀다”며 “혀 등의 감각도 중요하지만, 보조적 수단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라고 말한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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