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했던 천재적인 생각, 눈 뜨고도 하는 법
꿈에서 했던 천재적인 생각, 눈 뜨고도 하는 법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6.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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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은 흡연만큼이나 몸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몸을 일으켜 걸어 다니면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꾸준한 걷기는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활기찬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걷기에는 또 다른 놀라운 효과가 있다. 바로 뇌를 활성화시켜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가벼운 산책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고민의 해답을 얻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는 수많은 작가들이 걷기를 예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일의 사상가 프리드리히 니체는 “걸으며 생각한 것만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걷는 동안 우리의 뇌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백익무해’(百益無害)한 걷기를 200%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뇌과학자 셰인 오마라 교수는 책 『걷기의 세계』를 통해 걷는 행위의 신비를 파헤친다.

걷는 동안 우리의 뇌는 실제 공간을 지각하듯이 머릿속 공간을 지각한다.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한 조사에서, 정기적으로 장시간 산책을 즐기며 산책을 사고의 도구로 여기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걸으면서 하는 생각을 공간에 빗대어 이해했다. 한 참가자는 산책할 때 자신이 그동안 접한 지식으로 이루어진 공간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그것들을 서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꿈을 꿀 때 우리의 의식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슷한 현상이다.

꿈은 우리의 기억을 통합함으로써 현실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주로 추상적인 차원의 도움이며, 꿈에서 또렷한 해답을 얻었더라도 깨어난 뒤에 그 해답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책에 따르면, 걷기는 “꿈의 특성인 시간적 의미의 상실 그리고 몽상, 서로 다른 기억과 생각의 자유로운 연상”을 깨어 있는 채로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활동이다. 걷기의 규칙적인 리듬에 빠져들어 시간을 덜 의식하게 되면 창의적 사고가 샘솟는다.

20세기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버트런드 러셀은 매일 아침 한 시간 동안 혼자 산책을 하면서 그날 쓸 글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가, 산책에서 돌아와 오전 내내 막힘없이 글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걷는 동안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해서 확실히 붙잡아 둘 수도 있다. 셰인 오마라 교수는 자신에게도 걷기는 글쓰기의 중요한 도구이자 원동력이라며, 책을 쓸 때면 대강의 집필 계획을 세운 뒤 걸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와 녹음 등으로 포획한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꿈이 의미 있는 꿈은 아니듯 걷기가 반드시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키는 건 아니다. 산책을 예찬하는 소설가 정지돈도 책 『당신을 위한 것이나 당신의 것은 아닌』을 통해, “다윈도 매일 산책을 했다. (…) 이 시간 동안 진화론의 기초가 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라고 하면 좋겠지만 (…) 그가 산책에서 한 일은 진화론의 발표를 미루는 것이었다”며 산책과 아이디어의 상관관계에는 의구심을 표했다.

셰인 오마라 교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같은 대단한 생각은 상당한 사전 준비와 몰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며, 부담감을 버리고 그저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할 목적으로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걷기가 언제나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더 나은 해답을 위해서 답답한 회의실을 벗어나 세상으로 걸어 나가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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