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버거킹·롯데리아, 왜 다 빨갛고 노랄까?
맥도날드·버거킹·롯데리아, 왜 다 빨갛고 노랄까?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6.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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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점과 색깔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점들은 하나같이 간판에서부터 내부 디자인까지 빨간색과 노란색 천지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있다. 바로 ‘케첩 머스터드 이론’. 케첩과 머스터드의 색깔을 닮은 두 가지 원색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업장의 회전율을 높인다. 강렬한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디자인된 공간에서는 느긋하게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파란색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파란색에는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색깔은 잠재의식을 자극해 우리의 기분과 선택을 좌우한다.

<뉴욕타임스>, <타임> 등의 매체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해 온 밥 햄블리는 책 『컬러애(愛) 물들다』를 통해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하게 마주치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색깔 하나하나의 의미와 역사를 돌아본다.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처럼 색을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수많은 색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색채 연구 기업 팬톤의 ‘컬러 북’을 소장하고 있으며, 팬톤이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색’을 적극적으로 디자인에 참고하기도 한다. 지난해 팬톤 컬러가 암울한 코로나 시대에 희망과 안정을 선사하고자 하는 따뜻한 노란색과 회색(‘일루미네이팅’과 ‘얼티밋 그레이’)이었던 반면, 올해의 색은 메타버스의 부상 등 디지털 기술로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을 담은 신비로운 보라색(‘베리 페리’)이다.

하나의 색깔이 하나의 의미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보라색은 과거 수 세기 동안 권력자의 상징이었다. 보라색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만들 수 있는 비싼 염료에 속했기 때문이다.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은 아주 가까운 왕실 사람들 외에는 보라색 옷을 입을 수 없도록 금지하기도 했다. 한편 1908년 영국 런던에서는 여성운동가들이 여성 참정권 운동을 널리 확산하기 위해 색깔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특히 오랫동안 고귀함을 상징했던 보라색을 참정권 운동의 고귀한 가치를 상징하는 색으로 바꾸어 집회에서 사용했다. 이후 보라색은 여성 권익 운동의 상징으로 즐겨 쓰이게 되었으며, ‘세계 여성의 날’ 로고에도 보라색이 들어가 있다.

아픈 역사를 가진 색도 있다. 오렌지색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무기로 사용했던 고엽제(맹독성 제초제)를 상징하는 색이다. 당시 미군은 오렌지색 줄무늬가 그려진 드럼통에 담긴 고엽제를 베트남에 살포하는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작전을 썼다. 이 행위는 베트남의 밀림과 농작지 등 환경을 초토화시키는 것은 물론 셀 수 없는 인명피해를 낳았으며, 이 피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상에서 “달콤한 행복”을 연상하게 하는 오렌지색의 어두운 이면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쾌한 색’은 어떤 색일까? 2012년 호주에서는 담배 포장에 대한 새로운 지침으로 담뱃갑 겉면에 흡연으로 병든 잇몸과 폐암에 걸린 환자의 폐 사진을 넣고, 포장색은 흡연자들이 가장 혐오감을 느낄 만한 칙칙하고 우중충한 암녹색(팬톤 448C 색상)으로 정했다. 현재 호주 담배의 25%는 이 색상으로 포장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이 새로운 포장 정책을 실시한 이후 호주의 흡연자 수는 약 12만명 줄었다고 한다. 흡연자가 줄어든 것에 색깔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이 암녹색을 ‘세상에서 가장 불쾌한 색’이라고 불렀다.

무심코 지나치는 주변의 색깔, 오늘부터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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