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인생 탈출하려면… 감정 속에 답이 있다
무의미한 인생 탈출하려면… 감정 속에 답이 있다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2.06.0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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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험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中

1932년 출간된 디스토피아 소설 『멋진 신세계』는 모두가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가상의 미래를 그렸다. 이 ‘멋진 신세계’에는 어떤 종류의 격렬한 감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소마’라는 알약으로 감정을 통제하고, 예술과 취미를 즐기는 대신 ‘촉감영화’라는 인스턴트 여가생활로 결핍을 채우며 철저하게 사회의 부품으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한다. 하지만 신세계와 격리된 보호구역에서 살던 ‘야만인’ 존은 이 매끄럽고 안락한 세계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하고, 결국 다시 고통과 불행을 찾아 떠난다.

2022년 한국에는 ‘노잼 시기’라는 신조어가 있다. 뭘 해도 재미가 없고, 미지근하게만 느껴지는 인생의 권태기를 뜻한다. 이런 시기는 누구에게나 한 번씩 찾아오게 마련이라지만, 일단 시작되고 나면 다시 활기를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책 『감정 어휘』에서는 “해야 할 일을 좋아하도록 세뇌 받고 (…) 깊은 사고나 풍부한 감정을 습득할 기회를 차단”하는 현대사회가 이미 디스토피아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 모든 감정을 풍부하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노잼 시기’가 길어지는 걸 예사롭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지루하다’는 감정은 사실 증오의 가장 약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지루함을 느낀다는 것은 자신에게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그것을 증오할 준비가 되었다는 시그널”이다. 그러므로 “사람이든 일이든 삶이든 진력나기 전에, 그러다 혐오하거나 증오해 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재미를 찾아야 한다”. 매일 짧게라도 감정에 파문을 일으킬 무언가를 찾아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증오에 휩싸여 ‘나’를 잃어버리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무의미한 세계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병’에 잘 걸린다. “맺힌 것을 풀지 못해서, 풀어주질 않아서” 생기는 병이다. 감정을 대충 뭉뚱그린 표현으로 이야기해 버릇하면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마음의 병이 된다. 저자는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이해하고 제대로 이름을 붙여 불러 주는 것만으로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감정의 정확한 이름을 알면 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가 보인다.

예를 들어, 슬픔과 아픔을 세밀하게 구분하면 아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에 따르면, 슬픔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신호로 위로나 애도가 필요한 감정이다. 아픔은 “나쁜 일이 나와 부딪쳐 깨져 마음을 아리고 쓰리고 저리게 만드는 것”이다. 죽음, 이별, 사고, 파산, 실패 등 어찌할 수 없는 운명으로 인한 아픔에는 위로나 애도가 유효하겠지만, 분노, 혐오, 공포, 욕구불만처럼 명확한 원인을 알아야 해결할 수 있는 아픔도 있다. 그런 아픔까지 슬픔을 달래듯 무작정 “괜찮아질 거야”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런가 하면, 현대인이 달고 사는 ‘스트레스’라는 말에는 불안, 두려움, 자기비하, 지루함, 적대감, 죄책감, 고단함, 좌절 등 무수한 감정이 숨어 있다. 저자는 스트레스라는 말로 대변되는 다양한 감정들의 실체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감정을 억누를 때 우리는 자신의 감정이 올바르지 않거나 비겁하다고 느끼고 이런 느낌이 더 큰 고통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중에는 뜯어보면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는 스트레스도 존재한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감정은 쓸모없고 성가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감정 속을 헤매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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